때 이른 더위가 기습하며 올 여름나기 걱정이 시작됐다. 지난겨울 가스비 폭탄에 놀란 가슴이 전기요금 인상과 맞물린 고난의 계절 앞에 한숨 짓는 가운데 선풍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절전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붙박이 사각지대다. 알고도 대비가 쉽지 않은 에너지 취약계층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틈이 보인다. 현장에선 그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 19일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냉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에너지 이용 취약계층 지원 및 효율 혁신·절약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여름철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과 단가를 확대하고 사회 배려계층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을 1년간 유예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지원 대상은 85만 7000가구에서 113만 5000가구로 확대하고 가구당 여름철 평균 지원 단가는 4만 원에서 4만 3000원으로 7.5% 상향했다.

정부의 선제적 위민행정에도 불구하고 근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여름나기 필수품인 연료와 냉방 모두에서 미결 지점이 있어서다. 우선 연탄 공급이 수월하지 못하다. 이열치열도 아니고 한여름에 웬 연탄 타령이냐 하겠지만 취사 연료로, 습기 방지 용도 등으로 여름 연탄 수요는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후원이 확 줄고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연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탄의 안정적인 사계절 공급망 구축은 사양길 속에서 발굴해야 할 숙제다.

어지간한 더위엔 선뜻 냉방 기기에 손대지 못하는 게 평범의 인지상정이다. 혹서와 맞서기엔 충분하다고 볼 순 없어도 에너지바우처 단가 인상은 환영할만한 조치다. 그렇다고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특히 주거 환경이 열악할수록 환기가 제대로 안 돼 선풍기로는 감당할 수 없는 된더위에 노출되고 노약자들은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쪽방촌의 여름이 얼마나 혹독한지 눈동냥이 아니어도 귀동냥은 익숙하다.

무더위 쉼터를 확대하고 기능을 다양화하자는 제안은 일리 있다. 개개인의 냉방이 큰 부담이니 함께 모여 더위를 식히고 무료 급식소를 겸해 끼니까지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쉼터는 더할 나위 없다. 꼭 대상이 노인들이 아니어도 언제든 들러 쉴 수 있고 기운을 충전할 수 있다면 그곳이 피서지다.

여름이 겨울보다 더 견디기 어렵다고들 한다. 더위 앞에 장사 없다고 하나 경제력 앞에 여름은 다른 얼굴을 한다. 정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대구 등 일부 자치단체들은 벌써 여름나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큰 틀을 제시했으니 세밀한 부분은 지자체가 들여다봐 줬으면 한다. 올여름 기운이 심상찮고 지금이 대비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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