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돈 없어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학생 주도로 나눔천사 88명 모집
몸 아픈 아동 위해 월 1만원 후원
나눔의 행복은 돈으로 환산 못해

▲ 22일 대전대신고 학생회 임원들이 나눔실천리더 캠페인을 마치고 힘찬 파이팅을 외치며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기부는 하는 사람에게 상당한 반대급부를 준다. 남을 도왔다는 보람은 기부를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자선을 미덕 중 최고라고 칭송하지 않았던가. 지역에선 그 보람을 고교생들이 누리고 있다. 나눔 문화 확산 공로로 대전시교육감상을 수상한 대전대신고등학교(교장 김신정) 49기 학생회 임원들이 주인공이다.

상대를 밟고 올라가야 자신이 살 수 있다고 가르치는 교육 현실에서 상생과 나눔, 사회적 책임의식이 알아서 생기기는 만무하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학생들은 퍽 기특한 생각을 했다.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 네가 없다면 나도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말이다. 허호재(19) 기획관리부장은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낭종과 천식으로 건강이 약한 은우(가명) 사연을 접하고 4주에 걸쳐 캠페인을 진행해 월 1만 원씩 후원할 나눔천사 88명을 모집했다”며 “학생회 차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나눔과 실천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뿌듯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삶은 이웃을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삶이다. 그러나 남을 돕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기 십상이다. 학생들도 그 때문에 캠페인 기간 속앓이를 하곤 했단다. 김도현(19) 학생회장은 “기부를 생소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실제 후원으로 연결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며 “캠페인을 위해 교내 런치콘서트 등 프로그램들을 급하게 준비하느라 걱정도 많았는데 일정이 끝나고 나눔천사 모집 결과를 들으니 안심도 되고 기분도 좋았다”고 웃어보였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공동체냐고 물으면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사회를 갈수록 각박하게 만들고 여러 사회적 병리현상을 자아내고 있어서다. 서민들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나눔 문화 확산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 불만을 완화하는 치료제이며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나눔에 있다. 김경민(19) 학생인권부장은 “캠페인을 계기로 내 주변에도 나눔을 권유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며 “누군가 돕는다는 것 자체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고 기특하게 말했다.

나누면 행복하다. 나눔에는 상생과 공존의 길이 있다. 김도현 학생회장, 서정민·박현동 부학생회장, 문화예술부 이재성 부장·이승민 차장, 학생인권부 김경민 부장·길태현 차장, 자율생활부 이동현 부장·강태수 차장, 동아리자치부 이우주 부장·이호열 차장, 기독학생부 백종윤 부장·장하람 차장, 학생행정부 윤진영 부장·이재원 차장, 기획관리부 허호재 부장·김은모 차장, 에듀미디어부 이용현 부장·김은섭 차장 등 대전대신고 행복의 파랑새들이 증명한 결과다.

22일 대전대신고 학생회 임원들이 나눔실천리더 캠페인을 마치고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22일 대전대신고 학생회 임원들이 나눔실천리더 캠페인을 마치고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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