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의회가 중단했던 추경 예산안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로써 교육경비 예산을 둘러싸고 촉발된 아산시와 아산시의회의 갈등은 외견상으로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자해지로 봐주기엔 뒷맛이 영 개운찮다. 얻은 것을 셈하기가 무안하게 잃은 게 많아서다. 패자만 남은 샅바 싸움 같다. 어떤 명분으로도 민생을 볼모 삼은 대치에 역성들 주민은 없다. 1절은 넘어가도 2절은 화를 부를 수 있으니 재발은 치명상임을 명심하고 민의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경귀 시장은 지난 23일 김희영 의장을 찾아가 추경 수정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김 의장은 동료 의원들과의 논의 후 심의 재개를 결정했다. 구체적인 일진일퇴 내역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추후 집행부가 합의 결과를 반영해 추경 수정 예산안을 제출하면 시의회가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고 처리할 모양이다.

시장이 의장을 만난 곳은 천막 농성장이고 이날까지 닷새째 단식을 벌인 김 의장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건강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장외 투쟁은 끝났다. 소통과 타협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을 줄 안다. 박 시장은 “예산 편성 시 원점에서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의회와 소통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고, 김 의장은 “추경 예산안 심의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 민생을 위한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시의회가 심의·의결해 올 본예산에 확정된 약 10억 원의 교육경비 예산이다. 액면대로라면 시가 관련 예산 집행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추경 예산안에 대체 예산을 편성해 제출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교육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하고 교육재정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 잡겠다는 박 시장의 소회가 방법론에서 물의를 빚은 셈이다.

취지야 어디에 있든 일방통행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민의의 대변자인 의회를 설득하지 못한 채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순 없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옳다고 생각한 굳은 결단도 실행하기 전에 여론의 추이부터 살펴야 한다. 의회의 대응 방식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민생과 직결되는 추경 예산 심의를 거부한 채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정당화와 거리가 멀다.

교육경비 예산을 바라보는 아산시의 관점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여전히 논란거리다. 어떤 결정의 중심엔 이해당사자인 시민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기술이 소통이다. 남는 게 있는 수업료 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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