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초읽기에
너도나도 “소금 사자” 사재기
대형마트에선 소금 찾기 힘들어
천일염 20㎏ 전월보다 83% 상승
소금 없어도 전통시장은 안 찾아
정부 “사재기 없다” 선 그어

▲ 대전 동구의 한 동네 마트에 소금 진열대 앞에 텅 빈 소금 박스들이 놓여있다.

#1.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주부 A(54·여)씨는 소금을 구매하기 위해 이른 오전부터 대형마트를 방문했다. 그러나 헛걸음이었다. 재고 자체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구매 개수가 1인당 1개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에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 때문에 부랴부랴 소금을 사러 왔는데 계속 품절 안내만 받고 있다”고 곤란해했다.

#2. 대전 동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소금을 판매하는 상인 B 씨는 “TV를 틀면 다들 소금 사기에 급급하다는데 전통시장까지 와서 소금을 사는 사람은 아직 없다. 국내산이라고 크게 써뒀지만 오는 사람은 없다”라고 한숨 쉬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지역에서도 소금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도 소금 대란 우려로 인해 소금 구매를 제한하자 소금 오픈런을 위해 대형마트 개장 이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도 빚어지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에선 소금 사재기 현상에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사재기가 소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역서도 ‘소금 오픈런’

지난 15일 오전 방문한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소금 판매대 옆에는 ‘1인당 1개 한정’이라는 안내 문구가 걸려 있었는데 꽃소금과 맛소금 등을 제외한 대부분 소금 판매대에 ‘매진’ 딱지가 붙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금이 안 들어온다. 일부러 안 파는 게 아니라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소금이 들어와도 금세 팔린다”라고 말했다.

17일 대전 동구에 위치한 동네 마트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손님이 마트로 들어서자마자 소금 매대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이윽고 천일염 두 포대를 손에 들고 곧바로 계산대로 향한다. C 씨는 “대형마트에 소금이 없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으로 왔다. 소금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둬야 할 것 같아 구매했는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불안하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마트 직원은 비어있던 소금 진열대를 채우기에 바빴다. 그가 다시 채워 넣은 소금만 네 박스에 이르렀다. 점원 B(50·여) 씨는 “언론에서는 3~4일 전부터 소금 품귀현상이 빚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현상이 일기 시작한 건 일주일 좀 더 됐다. 마침 오늘 소금이 들어와서 진열해뒀다. 이것도 금방 빠질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대전의 한 전통시장. 대형마트와 달리 소금이 쌓여있다.
대전의 한 전통시장. 대형마트와 달리 소금이 쌓여있다.

반면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약간 다르다.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소금은 간수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간수 처리를 완료하고 국내산이라고 밝혀도 손님의 발걸음을 찾기 힘들다.

동구의 전통시장 상인 D 씨는 “소금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곤 하는데 여기까지 소금을 구매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소금이 안 팔릴까 봐 겁이 난다”라고 한숨 쉬었다.

◆가격 뛴 소금… 사재기 아니라는 정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E 씨는 최근 같은 양의 소금을 1만 원 더 주고 사야 했다. D 씨는 “얼마 전까지 해도 20㎏ 한 포에 2만 5000원이었는데 이번에 3만 5000원에 구매했다. 특히나 날도 더워져서 걱정이 더 크다. 생선에 소금을 안 뿌려 놓으면 맛도 떨어지고 상할 수도 있다. 거래처를 통해 소금을 가져오는데 사재기로 인해 구하기 어려워질까 싶어 우리도 미리 사둬야 하나 이래저래 고민이다.

이처럼 소금 품귀현상이 나타나며 가격이 확 뛴 이유는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여서다.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오염수가 해류를 통해 국내 해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소금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장기적으론 국내 수산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중이다. 이 때문에 천일염 등의 소금은 연일 매진인 상황이어서 가격이 연일 뛰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천일염 20㎏의 평균 거래가격은 5만 7840원을 기록했다. 3만 1540원인 전월보다 거래 가격보다 83% 상승했다.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급격하게 소금 가격이 뛰었지만 해양수산부는 사재기가 원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방사능에 대한 우려도 기우라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지난 16일 일일브리핑에서 “현재 개인 직거래 비율은 전체 거래의 7~8% 수준에 불과해 전체 천일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286번 천일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했는데 이 중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장에도 소금 가격 상승은 명백히 벌어지는 현상인 만큼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 씨는 “안 그래도 물가가 크게 올라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서민 등의 피해가 큰데 소금까지 가격이 뛰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정부가 진지하게 소금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지현·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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