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시대는 변한다. 하루에 세 끼를 관성적 식습관으로 치지만 두 끼 심지어 한 끼로 그만인 ‘소식좌’가 있는가 하면 세 끼 이상으로도 양이 차지 않는 ‘대식좌’도 있다. 몇 끼를 얼마나 먹느냐는 건 개인의 취향이다. 선택인 경우는 그렇다. 제때 챙겨줄 어른이 없어서거나 주머니 사정 때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원초적 빈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결식은 심리적 허기가 더 크기 마련이다. 밥과 관련한 대전 자치구들의 위민행정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대전 유성구는 여름방학을 맞아 아동 급식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에서 급식을 지원하는 아동은 1183명, 이 중 481명에 대해선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 시설을 통한 집단급식을 제공하고 602명에게는 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한 인근 음식점 이용을, 나머지 100여 명에게는 도시락 배달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급식 카드를 소지한 아동에게 무료 음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한 영향력 가게’ 정보를 덧붙였다.

지역사회가 결식 우려 아동을 함께 돌보는 건 바람직하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밥을 먹든, 누가 무엇을 무료로 제공하든 눈칫밥이 아니고 눈치를 보지 않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끼니를 거르는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큼이나 혹여라도 주홍글씨가 스미지 않게끔 세심한 배려 또한 중요하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섞여 먹는 학기 중 급식과 결식 대상임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방학 중 급식은 결이 다르다.

복지가 애써도 예나 지금이나 결식 아동 수는 줄지 않는다. 곡식이 없어서는 극단적 사례고 대개는 밥상을 차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이들에게서 비선택적 결식은 부쩍 오른 밥값 부담에 귀찮음이 결부돼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정부 주도의 ‘천원의 아침밥’이 인기리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게 방증이다.

대전에선 동구가 자치구 최초로 관내 4개 대학에 ‘천원의 아침밥’ 지원에 나섰다.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동구지만 추경을 통해 사업비 2019만 원을 확보하고 9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선정된 4개 대학에 학생 1식당 1000원을 지원키로 했다. 첫술에 머물지 않고 점차 금액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부디 대전 전 지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결식 우려 아동이 있고 밥값 앞에 작아지는 대학생이 있다. 무료 급식센터는 늘 북새통을 이뤄 빈속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밥심으로 산다는 나라에서 궁지의 결식은 치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을 모색하고 시행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좁혀가는 게 지각 있는 사회의 책무가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