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수마 코스모스아파트 주민
올 장마에도 불안감에 악몽 떠올려
흙투성이 침수차 그날의 참상 간직
재해예방사업 잘 이뤄지기만…

▲ 지난달 30일 찾은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단지 한켠에 침수 차량이 세워져있다. 장대건 수습기자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아주 불안해요”, “그 이후로 침수사고는 없었으니 걱정은 덜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게 사람 마음 아닙니까.”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불안감과 더 이상의 침수는 없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깊이 박혀 있었다. 3년 전 예상치 못한 폭우로 손쓸 겨를도 없이 집이 물에 잠기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 입주민들은 저마다의 기억으로 그날을 마주하고 수해의 상처를 이겨내고 있었다.

짙은 먹구름 아래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지난달 30일 오전 8시, 전날 내린 장맛비로 유등천의 수위는 평소보다 높아져 있었다. 걱정할 수준,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평범한 장맛비지만 이곳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걸린 침수피해 예방사업 시행 내용의 현수막들은 이 긴장감을 더욱 조이는 듯했다.

“이번 장마엔 비가 얼마나 오려나….” 분주하게 출근길을 재촉하는 주민들의 관심사는 역시 날씨다. 장마철엔 특히 더하다. 2020년 7월 30일 시간당 최대 102㎜의 폭우로 이 아파트 1층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날 사고로 1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차량 70여 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침수라는 초유의 사태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더이상의 침수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날 참상의 기억이 너무 깊게 새겨진 터라 빗줄기가 조금이라도 굵어지면 이곳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파트 관계자 A 씨는 “3년 전 피해를 입은 입주민들은 비가 오면 그날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라 괴로워하고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아무래도 침수 당시 갑작스럽게 집으로 물이 들어와 사람들이 다치고 재산피해도 발생했지 않나. 안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우리도 더욱 신경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 한켠, 수해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침수차 한 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차 안의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포함해 차량 내부는 온통 흙투성이였다. 차 안 사이사이에 낀 이끼와 거미줄이 이 차가 얼마나 오랜 시간 방치된 채 그날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는지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그날의 상처를 조금씩 보듬어줬지만 이곳 주민들의 마음 깊숙이 새겨진 트라우마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사회적 관심이 워낙 컸던 사안이라 대전시와 관할 자치구(서구)가 심혈을 기울여 재해예방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3년간 장마철이나 태풍이 왔을 때도 침수사고 없이 넘어간 터라 안도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주민들이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하는 이유다. 입주민 B 씨는 “침수 당시엔 정말 긴박했어요. 악몽이었지. 그날 이후론 침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장마라는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떨리는 건 어쩔수 없나 봐요. 다시는 침수 안 되게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까 기다려 봐야지”라며 애써 덤덤히 말했다.

서구는 더이상 이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는 배수펌프 등을 통해 저지대에 위치한 코스모스아파트로 유입되는 빗물을 배출하거나 빗물의 유입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적용 중이다. 구 관계자는 “당시 산에서 흘러온 물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현재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비가 돼 있다. 이외에도 침수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장대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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