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20대 A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교직 사회는 분노를 머금은 비통에 잠겼고 시민들도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 신임 교사가 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만으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는 게 교권이 처한 무기력한 현실이다. 교단이 아무리 절규해도 피해만 늘어날 뿐 바뀌는 건 없다. 사회가 방관하는 한 추락하는 교권에 필경 날개는 없다.

전국 곳곳에 A 교사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대전시교육청 앞 그곳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화꽃 한 송이 올리며 먼 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의 추모 속에 특히 선배 교사들은 지켜주지 못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일부는 진상 규명에 앞장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결기를 다지기도 했다. 사태를 바라보는 교육감들의 생각도 매한가지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책임자가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교단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노력”이라고 소회했고,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여건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발을 방지하고 교사들의 자존감을 논하기에 교단이 처한 환경은 척박하다 못해 위태롭다. 학생의 교사 폭행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고 다짜고짜 교권을 유린하는 학부모들이 갈수록 늘면서 교사들이 느끼는 모멸감과 회의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교총이 지난 스승의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3.6%에 그쳤고 교사노조연맹의 조사에선 교사의 87%가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게 대한민국 교단의 오늘이다.

▲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추모객들이 담임교사 A 씨를 추모하며 쓴 메시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생 인권이 강조되며 교권이 침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요체는 학생 인권이 중요한 만큼 그들을 통솔하고 교육해야 하는 교사들의 인권 역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 자식이 금쪽이면 교사들도 누군가의 금쪽이 아니겠는가. 가르쳐달라고 맡긴 부채 의식은 어디 가고 어쩌다 최소한의 예우는커녕 선생을 함부로 대하는 세상이 됐는지 씁쓸할 따름이다.

여야는 8월 중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교권 회복 관련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라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적 방안 마련에 뜻을 모았다니 다행이다. 이마저 정쟁 놀이로 삼지 않으리라 믿는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이 위기의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