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문학평론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 공약으로, 충청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연기군이 최종 후보지로 결정된 이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는, 출범 12년 만에 39만 명에 육박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성장하였다.

신도시 출범으로 세종·대전·충남·충북지역 시인을 중심으로 2017년에 구성된 ‘세종마루시낭독회’가 매달 한 차례씩 모여 회원들이 창작한 시를 발표하고, 그동안 발표된 작품을 중심으로 세종시 최초의 시 전문 무크지 ‘세종시마루’를 창간한 것이 2018년이었다. 부정기간행물인 무크지로 출발한 ‘세종시마루’는 2019년부터는 연 2회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반년간지로 발전해, 지난 7월 말에 제10호를 발간했다.

‘세종시마루’는 창간호 권두언에서 문예지로서의 정체성과 포부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걸맞은 문화중심복합도시 성장을 견인하고, 언젠가 이루어야 할 평화적인 민족통일의 꿈을 간직하며 평화통일 이후의 한국문학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야무진 다짐을 얼마나 이루어가고 있는지는 독자 제현과 한국문학계의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시 전문 무크지로 출범해 문화예술 일반은 물론 역사와 철학까지 아우르며,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문예 운동을 이끄는 기관차가 되겠다는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연찬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회원들은 자부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열정과 헌신으로 ‘세종마루시낭독회’ 출범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이은봉 회장과 성배순 사무국장을 이어받은 김영호, 이선희 체제에서 ‘세종시마루’ 제10호가 발간되었다.

지난 7월 22일 세종시청 책문화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김영호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10호 발간에서 새롭게 시도된 것들을 설명했다.

창간호 출간 당시 밝힌 시 전문 문예지의 지향을 계승하면서, 삶의 현장에 뿌리내린 문학의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로 서천 복대리 판교장터의 민간인 희생을 조명했고, 한국 현대문학의 초석을 다진 원로 문인의 지혜를 듣는 ‘문학 광장’을 마련해 임헌영 평론가의 ‘문학은 평화지킴이다’라는 글을 실었으며, 문학을 문화 일반의 동향과 연계하는 ‘문화초대석’에서 칸느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다음 소희’의 김동하 제작자의 글을 통해 독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렴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종시마루’ 10호는 새로운 시도 못지않게 그간 이어온 코너들 또한 주목할 만하다. ‘쟁점과 전망’에서는 작년 말 환경운동가 출신 박현주 작가의 핵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파이로’의 북 콘서트를 행정기관이 취소하도록 강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문학의 생명인 표현의 자유 문제를 살펴본다.

또 이은봉 대전문학관장의 특별기고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인문학’은 극심한 기후 위기를 비롯한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인문학적 지혜를 제시한다. ‘세종시의 역사문화 인물’ 탐방으로 세종의 향토사학자인 송성빈의 글, 세종시의 시정신을 살펴보는 김영호의 리뷰, 함순례 시인의 신작 소시집 등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끝으로 ‘세종시마루’가 지속적인 발전으로 세종문학과 한국문학을 선도하는 기관차의 역할을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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