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노인은 여명(남은 수명)에 따라 비례적으로 투표를 해야”한단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말이다. 어이가 없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같은 당 소속의 양이원영 의원은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김은경의 발언을 부추기면서 맞장구를 쳤다.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아니. 참을 수 없다. 김은경 혁신위원장 같은 사람이 당을 혁신한다, 하고 또 양이원영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며 의사당에서 정치지도자라고 앉아있으니 이 나라가 많이 걱정스럽다. 그러나 어찌 이런 사람들이 이 둘뿐일까? 늘 편을 갈라 싸우면서 분열하고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장래는 염려하지도 않고, 그저 권력만을 잡으려고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있는 사람이 정치판에는 이들 말고도 많을 것만 같아 국민은 그게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3월 26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당시 민주당의장이었던 정동영은 “미래는 20대·30대의 무대다, 60대·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라며 노인 폄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는 1953년생이다. 현재 만으로 70세다. 스스로가 말한 대로라면 지금 그는 밖에 나다니지 말고 자기 집에 꼭 틀어박혀 죽음이나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이 나라를 누가 세웠는가? 1945년 광복되고도 우리 민족은 하나 되지 못하고 좌우로 갈라진 채 국토는 분단되었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힘겹게 세운 대한민국이다. 게다가 북의 침입으로 6·25 한국 전쟁도 치렀다. 그런 동족상잔의 고난과 빈곤으로 이어지는 기아 상태 속에서 벗어나 불과 정전 70년 만에 최빈국에서 조국을, 단군 이래 최부국을 만들어낸 이들은 누구인가? 허리띠 졸라매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일한 지금의 60대, 70대, 80대, 90대들이 일궈낸 기적이다. 이를 한강의 기적이고 한다. 그들의 공이 없었다면 현재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은 없다.

월남전쟁의 핏값으로 세운 조국이다. 중동 열사의 나라에서 땀 흘린 대가로 건설한 대한민국이다. 독일 광부와 간호사들의 노동으로 번 외화를 자금으로 해, 이룩한 개발도상국이다. 이제는 중진국을 넘어서 선진국으로 들어섰다. 그 밑바탕에는 누가 있었는가를 다시 한번 더 묻고 싶다. 그 초석이 된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바로 그들이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없다. 뿌리가 깊어야 나무 이파리가 무성하고 나무 이파리가 무성해야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으며 열리는 열매가 튼실하고 풍성하다. 노인은 현재 우리를 있게 한 뿌리이다. 뿌리가 없는 나무가 없듯이 지금의 푸르름을 자랑하는 젊은이들을 낳고 바르게 키워주면서 비전을 제시해준 이들이다. 노인들이 없었다면 이들이 앞날도 기약할 수 없다. 필자 역시 그 어려웠던 1960년대부터 교단의 한 모퉁이에 서서 근검절약을 가르쳤고, 조국 근대화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잘사는 나라를 꿈꾸게 한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70대 후반의 나이다. 나름으로 국가 발전에 공헌한 데 대한 자부심이 크다. 당장 급한 정치적인 논리만을 생각하면서 젊은이들만의 표를 의식하는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의 어이없는 노인 폄하 발언이 필자를 분노하게 한다.

우리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그 마을에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만큼 큰 손실이라는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인은 지혜의 샘이다. 젊은 시절에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살아가면서 쌓아온 지혜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푯대가 되어줄 수 있다.

김은경 위원장과 양이원영 의원은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반 토막짜리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마음 바탕에는 교만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자연의 순리이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가 없다. 이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고문은 그 마지막 나이에 와 있지만, 김은경 위원장이나 양이원영 의원도 젊은 것 같지만, 노인의 초입에 와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이 자기 입으로 말한 노인 폄하 발언은 인간의 순환과정에 있는 자신의 생리적인 삶의 나이에는 물론, 결국은 정치적으로도 오래도록 자기 가슴에 꽂는 비수가 되어 제 살을 후벼 팔 거라는 걸 알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아직도 자기편만의 권력 잡기에만 취해 “미래 짧은 분들이 왜 1인 1표냐?”고 말하고 있는 그들이 가여울 뿐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