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률홈닥터 김수연 변호사

김수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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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는 대전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이다. A 씨는 2022년 10월 X빌라 101호에 보증금 6500만 원에 2년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당시 X빌라에는 2018년 10월 임대인이 은행에서 10억 원을 빌리면서 설정한 근저당이 있었다. A씨는 계약 체결 당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신축 빌라는 이런 경우가 많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A씨는 법원으로부터 X빌라에 대해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경매가 되면 A씨의 임대차 계약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임차인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총액이 올해 상반기만도 1조 원을 넘겼다고 한다. 이 중에는 A씨처럼 갑자기 경매 통지를 받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문자를 받고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도 있다.

임대차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 통지를 받게 된 경우, 남은 임대차 계약과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여기서 ‘양수인’이란 매수인이나 경락인(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과 같이 임차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사람을 말한다. 법에서 양수인으로 하여금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도록 정한 이유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집주인이 갑자기 바뀌더라도 임차인이 계약기간 동안 주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임차주택이 경매를 통해 매각되는 경우, 위 임차인 보호 조항은 임차인이 최선순위의 대항력을 갖춘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 저당권에 대항할 수 없는 임차권은 매각으로 소멸하기 때문이다(민사집행법 제91조 제3항).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경락으로 소멸되는 선순위 저당권보다 뒤에 등기되었거나 대항력을 갖춘 주택 임차권의 효력은 경락인에 대해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9306 판결).

그러므로 A 씨와 같이 경매 절차에서 임차인보다 앞선 저당권이나 압류, 가압류가 있는 경우 임차인은 자신의 보증금에 대해 배당요구를 할 수 있을 뿐 낙찰자에게 임대차 계약의 승계를 주장할 수는 없다. 경락인이 퇴거를 요청하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경락대금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배당받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배당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종전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종전의 임대인에게 이미 남은 재산이 없어 안타깝게도 보증금을 돌려받는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A씨와 같은 소액임차인의 보호장치로 ‘최우선변제권’이라는 것이 있다. 최우선변제권이란, 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인 소액임차인이 정해진 금액의 한도 내에서 다른 담보물권자(예 : 저당권자, 전세권자, 가등기담보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 제11조). 이는 보증금이 전 재산인 소액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으로서, 최우선변제 대상 소액임차인 기준과 최우선변제금액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때보다 먼저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임대차 계약 체결 시기가 아니라 ‘선순위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기’를 기준으로 최우선변제 대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A 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A 씨는 2022년 10월 대전광역시에서 보증금 6,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최우선변제의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 6,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최우선변제권이 생기므로, 안타깝지만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다.

끝으로 과거에는 최우선변제의 기준을 충족했지만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올려 최우선변제 대상 보증금액 이상으로 증액한 경우 최우선변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부분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최우선변제 대상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 통지를 받고 나면 누구라도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대차 관련 문제는 워낙 내용이 복잡하고 확인해야 할 서류도 많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법률상담, 주거지원, 금융지원, 심리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으니 문제 상황 발생 시 통합콜센터(1533-8119)나 안심전세포털(http://www.khug.or.kr/jeonse)을 찾아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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