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주식회사 브릿지랩 대표

사례 1. 중학교 교사인 한 지인은 이번 주 여름방학을 마치고 출근했는데, 다소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방학 전까지 학교 행정실에서 활발하게 일하던 젊은 남자 직원이 그만뒀다는 것이다. 교육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발령받은 지 6개월 만에 사직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의아했다.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되었을 것인데 이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고 한다.

사례 2. 대학 취업지원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요즘 취업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졸업예정자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미 졸업한 미취업자들에게 전화를 하면 아예 받지 않거나 어쩌다가 받아도 취업할 생각 없으니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는 핀잔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현재 청년들이 취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꿈꿨던 곳에 취업했거나 직업을 구했다고 하더라도 생각했던 고용환경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그만두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은 청년들에게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직업군이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일반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에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이 22.8대1로 31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취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청년들의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최종학교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청년 126만여 명 중 취업 준비자는 계속 줄어들어 51만여 명에 그치고 있는 반면, 취업의지가 뚜렷하지 않은 청년과 아예 의지가 없는 ‘취포자’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대 청년 취업자 중 23%가 법정 근로시간보다 적은 주 36시간 미만의 단기 근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단기 근로자 10중 8명은 추가 취업이나 전직을 희망하지 않고 계속 일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청년층의 취업에 대한 경향은 우선 근로환경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 수준으로 낮은 임금에 근무환경까지 열악한 취업처가 대부분이다보니 원천적으로 취업의욕이 꺾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 고정된 직업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우선시하는 MZ세대의 자유분방한 기질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취업서류 검증 분야의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청년층의 취업에 대한 경향을 면밀히 분석한 후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가 또 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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