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수석위원

어쩌다 교통사고 뉴스를 접해도 타인에게나 일어나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자동차는 편리하고 운전실력이 프로라고 자랑하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후부좌석은 안전벨트는 매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심지어 교통규제나 단속을 피해가며 과속운전을 즐기거나 (전문성도 없이 공권력을 앞세운다며)단속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마저 거침없이 내색하는 운전자마저 생길 정도이다.

사고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방심한 순간에 발생한 예기치 못한 비극적인 사고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인생설계까지 뒤흔들어 놓는 절실한 문제로 다가온다. 갑자기 휘말리게 된 뜻밖의 결과에 대해 평소 본인의 운전습관을 탓하기보다 운이나 재수가 없었다고 투덜대거나 푸념 섞인 어조로 팔자를 탓하면서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사고피해의 정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관여도에 따른 절박함도 다양하게 차이가 난다.

대부분 의도하지 못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부주의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라도 피해정도에 다르겠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반면에 음주·약물운전, 난폭·보복운전, 자동차(폭탄)를 이용한 테러 등 고의적인 가해자는 물론 (보험사기 피해규모가 커져만 가는 가운데) 의도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가장한 교통범죄도 대폭 줄이려는 엄정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교통사고의 책임과 배상을 결정하는 교통사고의 성립 요건으로는 운전자의 (사고를 의도한)고의 또는 (부주의나 태만으로 발생한)과실과 피해자의 (실제와 발생할)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사고피해자는 가해 운전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피해자의 신체적(상해, 장애, 사망 등), 재산적(의료비, 수리비, 유실수입 등) 손해에 영향을 미친 정도나 당사자 간의 합의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책임 비율에 의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다툼의 여지는 잔존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다방면으로 맞물리는 새로운 국면에 적응해 나가야만 한다.

피해자는 사고 상황이 되살아나 괴롭다고 하소연도 하고, 사고에 대한 슬픔을 넘어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다는 피해자 가족도 있다. 차라리 죽었으면 화장해서 가슴에 묻고 잊어버리기나 하지, 중도후유증애자로 평생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환자의 가족은 돌봄에 대한 부담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혼 등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까지 이르게 된다. 유자녀들의 절규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족들이 있는가 하면 사고로 자식을 잃은 어느 어머니는 교통안전 활동에 매진하는 사례도 봤다.

가해자 역시 종합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사과나 반성도 없이 보험회사가 처리토록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음주·약물운전 등으로 일으킨 사고로 재판을 받아 핸들을 잡던 손에 수갑이 채워지고 형무소로 이송된 가해자가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가해자의 가족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도 안타깝다. 대부분의 사업용 운전자는 복직하지만 사고다발자의 경우 퇴출되기도 하고, 재활치료까지 받고도 사고가 무서워서 더 이상 운전은 못하겠다고 전직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교통사고로 인한 당사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교통안전을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단 한 명의 사상자를 더 줄일 수 있는 만큼 교통법규준수는 물론 한번이라도 더 살피고 양보하는 교통문화로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