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9월에 시행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올해로 8년째를 맞는다. 7년간 식사비는 3만 원, 설물가액은 2017년 12월 한 차례 개정돼 6년간 10만 원에 묶여 있었다. 이런 탓에 물가는 오르는데 제한액은 그대로여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을 기존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리기로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명절 기간 선물가액 상한은 현행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되는데 권익위는 이번 추석(9월 20일) 전인 다음 달 5일 이전에 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 절차를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시중에서는 이번 개정이 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한다며 아쉬움 속에서도 규제 현실화 가능성이 열렸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직된 김영란법 규제로 인해 소비가 억눌린 측면이 있었는데 가액이 상향 조정되면서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물가 오름세가 심했는데 김영란법의 가액 제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특히 선물 등을 파는 상인들의 불만은 매우 컸다. 비싼 쇠고기 같은 경우 10만 원 제한에 맞추기 위해 9만 8000원짜리 선물 세트를 준비해왔지만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전복, 굴비, 킹크랩 등 주로 고가의 수산품이 선물로 나가는 수산업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킹크랩은 한 마리에 20만~30만 원 하는 것도 있는데 그동안 제한으로 판매에 타격이 적지 않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도 선물가액 제한으로 선물세트 맞추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귄익위의 가액 제한 완화 추진에 유통업계는 한시름 돌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추석 선물가액 제한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대목 장사가 한층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뜬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식사비는 논의 대상에서 빠져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외식비의 오름세가 다른 물가를 앞질러왔는데 3만 원 제한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음식값을 나눠서 결제하는 방식 등으로 제한을 피해가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식사비 제한도 현실에 맞게 풀어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이런 제한 풀기가 공직자의 청렴을 위해 제정한 김영란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제한은 경제 활성화에 지장을 주고 편법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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