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충남도농업기술원 양념채소연구소 재배팀장

조선시대 중기를 대표하는 성리학자인 율곡 이이는 제자들에게 늘 ‘생강 같은 사람이 되라’라고 가르치셨다. 생강은 다른 음식 맛을 높여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맛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강 같은 사람을 가리켜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만 똑같지는 않은 개성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생강의 매력을 정확히 표현하는 사자성어가 아닌가 한다. 생강은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원산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동인도를 중심으로 온난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480년경부터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생강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역사적 기록은 없으나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생강 재배에 관한 내용이 고려사에 처음 기록되었으며 왕의 하사품으로 생강이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생강은 영양 번식하는 생강과 생강속에 속하는 작물로 다년생 초본이고 덩이줄기는 황백색이며 매운맛과 특유의 향을 가졌다. 생강과에 속하는 식물은 세계적으로 약 85속 1200종에 이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 저온의 영향으로 1년생 초본과 같은 생육을 나타낸다. 종자는 작고 검은색을 띠나 우리나라에서는 개화 결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번식은 덩이줄기(塊莖)로 한다. 덩이줄기는 휴면하지 않으며 적온만 유지되면 언제든지 발아한다.

생강이 갖는 효과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부터 외용 또는 내복용의 약으로 많이 사용하여 왔으며 자극성의 매운맛은 소량씩 알맞게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건위, 발한 해열 작용이 있으므로 약으로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현대 의학계는 생강의 몇 가지 새로운 효능을 발표하였다. 첫째로 생강은 인체의 좋은 열은 올리고 나쁜 열은 낮추는 효과가 있다.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음식이긴 하지만 무작정 열을 올리는 음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강에는 아스피린의 80% 정도의 해열 효과가 있다. 둘째로 입덧, 생강만 있으면 해결된다. 임신부의 가장 큰 골칫덩이는 바로 입덧이다. 그런데 생강의 매운맛 성분인 ‘진저롤’은 메스꺼움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임신부에게도 좋다. 셋째로 어지러움과 현기증을 예방한다. 생강은 귀속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현기증과 귀 울림을 예방하므로 어지러움이 느껴질 때마다 생강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그래서인지 바다와 접해 생활하는 홍콩인들은 배를 탈 때 절인 생강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심겨지는 종자용 생강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종자용 수입 생강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국내 생강 농가들은 신뢰성 있는 국내산 종자용 생강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영농현장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충남농업기술원은 2015년부터 양념채소연구소를 신설해 마늘, 생강, 쪽파 등 양념 채소의 재배법은 물론 국내 환경에 알맞은 우량 신품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생강 재배 중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뿌리썩음병’의 피해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토양관리, 작부체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상태이다. 양념채소연구소에서는 교배육종이 어려운 생강의 특성을 고려하여 방사선처리, 콜히친처리 등의 방법으로 내병성 품종개발에 착수하였다. 또한 조직 배양을 통한 우량 씨 생강 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충남 생강 주산지 안정생산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22년 2만구, 2023년 2.5만구 등 충남 생강 주산지인 서산, 태안지역의 4개 농가를 선정하여 시험재배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국내에 우량 씨생강 생산체계가 갖춰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병충해 및 재해에 강한 품종육성과 우량 씨생강 보급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 진정한 주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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