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흥행성공’, ‘역대급’, ‘지역단일행사 중 최다’. 우려와 달리 대전0시축제는 대전엑스포 이후 최대관중 11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성과를 품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축제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행복한 표정 속에서도 축제의 성공이 읽혔다.

연중 가장 뜨겁다는 8월 개최와 그것도 1주일간 도심중심부를 막고 행사를 개최한다는 불편한 우려, 최근 벌어진 안전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 예산만 낭비하는 축제라는 여론까지 불식시키며 대전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도시대전의 상징적인 노래인 ‘대전블루스’을 모티브로 시작된 축제를 표방하고도 정체성을 드러낼 프로그램의 부재나, 지속가능한 지역대표축제로서 확장성이 필요한 콘텐츠 개발이 미흡하다는 의견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다음 축제로 연결시킬 것인가와 함께 이번 축제의 방문객을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최 측의 부담 또한 숙제로 남게 됐다.

대전0시축제와 같은 시기 8월의 영국 에든버러는 전 세계 70여 개국 450만 명이 3주간 벌이는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3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이벤트와 2만 5000명 이상의 공연자들이 도시를 덮는다. 축제를 보려는 관객은 물론이고 공연예술계 사람들로 도시는 넘쳐난다. 특히 축제관계자들에게는 벤치마킹을 위해서라도 꼭 에든버러를 방문해야 할 만큼 세계축제도시의 성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공연, 미술, 도서 등 다양한 분야 12개의 축제가 50만의 작은 도시 에든버러 도시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1947년 2차대전이 막 끝난 시기에 시작된 에든버러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성공 요인으로 프린지페스티벌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이 처음 열렸을 때 초청받지 못한 8개 단체가 허가 없이 공연한 것이 시초가 되어 공연을 본 관객과 언론이 주목하면서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로 만들어졌다. 에든버러축제의 정체성은 ‘공연하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축제의 개방성에 있다. 공연자들은 도시곳곳에서 자율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한 관객은 물론 현장은 공연을 사고파는 시장까지 형성된다. 이 거대한 축제의 지속가능한 힘은 에든버러시가 극히 제한적 부분에서만 지원하되 공연단체의 참가비, 매표수입, 극장대관료, 굿즈 판매, 협찬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일명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주최자와 참여자의 자발성이 축제 운영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와 같은 시기 8월의 지구 반대편 에든버러에서 대전0시축제가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은 관 주도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축제가 될 수 있는 축제운영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을 대표하면서도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하겠다는 대전시장의 의욕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에든버러축제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대전0시축제의 정체성은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지 에든버러축제를 통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비교분석해야 한다.

대전0시축제를 두고 깊은 우려와 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는 기우에 그쳤고 논쟁은 안전사고 없는 깨끗한 축제로 대전을 전국에 알리는 함성에 묻혔다. 그렇지만 축제성공의 힘이 관 주도 특유의 일사불란한 준비와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저 시민이 좋아하면 됐다는 안도로는 축제가 지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축제에 참여한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공감됐던 많은 아쉬움들이 축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고 지속가능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문화산업으로 한 발 더 내딛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미흡한 것은 보완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재미와 매력을 만끽하는 세계적 축제로 키우겠다’는 대전시장의 야심 찬 포부가 에든버러축제 방문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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