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서정문학연구위원

올해 여름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안타까운 엄청난 재해(災害)가 일어났다. 긴 장마와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호우, 가마솥 찜통 무더위, 연속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여름은 힘들었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백중이 코앞이다. 8월 30일 곧 음력 7월 15일이다. 이 무렵에도 경계해야 할 태풍과 폭우가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1년 중 바닷물의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백중이 되면 각 가정에서 여러 가지 익은 과일을 따서 천신(薦新) 차례를 지냈다. 여름내 바빴던 사람들이 장에 나가 술도 마시고 음식을 사 먹고 가을걷이 농기구도 샀다. 그래서 ‘백중장’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또 마을마다 농악을 치면서 하루를 즐겼다. 이러한 백중 명절은 중부 이남 지방이 성대했다. 땀 씻을 새도 없이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비교적 한유해진 틈에 하는 농가의 잔치로서 이것을 ‘호미씻이’라 한다.

신라 때에는 백중을 기해서 ‘삼 삼기’가 시작됐다. 도성 안의 부녀자를 두 파로 나누고 왕녀 2인이 이끌어 한 달 동안 삼을 삼아 8월 가윗날에 진 편이 이긴 편에 한턱 내도록 하는 것이다. 백중 무렵이 되면 삼이 자라서 그 껍질을 벗기기에 딱 좋아 직조작업을 권장하는 뜻에서 집단작업인 ‘두레 삼 삼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백중은 봄 여름내 지은 농사의 수고를 위로하며 풍년을 기원하며 자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속담이 있다. 농사꾼이 7월은 어정거리며 지내고, 8월은 건들거리며 지낸다는 말로 오뉴월 농번기가 지나고 조금 숨이 트이는 여유가 생기는 시기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추석(秋夕) 또는 한가위는 음력 8월 15일에 치르는 행사로 설날과 더불어 주요 연휴이자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가배일(嘉俳日), 한가위, 팔월 대보름 등으로도 부른다. 햅쌀로 만든 별미 송편과 햇과일을 진설하고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냈다. 추석에는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명절을 보내며 성묘를 하는 전통이 있다. 추석에는 아이들이 추석빔을 입고 널뛰기, 제기차기, 강강술래, 윷놀이, 씨름 등의 놀이를 했다.

추석이 언제부터 행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신라에 이미 있었던 것으로 삼국사기에 나타난다. 그런고로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이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란 뜻이다. '가위'란 신라 시대 때 여인들이 실을 짜던 길쌈을 '가배(嘉排)'라 부르다가 이 말이 변해서 된 것이다. 추석의 유래는 앞에서 말한 신라의 제3대 왕 유리 이사금 때부터 벌인 적마경기(績麻競技)에서 비롯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녀자들이 백중 무렵부터 길쌈을 하여 음력 8월 15일에 이르러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모두 행하는데 그것을 가배(嘉俳)라 했다.

추석에는 햅쌀로 빚은 송편과 여러 가지 햇과일·토란국 등 음식들을 장만해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낸다. 또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다정하게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으므로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겨났다. 온갖 곡식이 무르익는 결실의 세시(歲時)로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성묘를 드린다.

추석 때는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지며 놀이가 벌어진다. 소싸움·길쌈·강강술래·달맞이 등을 한다 추수기를 맞이해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며,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한국 최대의 명절이다. 남녀노소가 함께하며 농악을 즐긴다. 밝은 달밤에 온 가족이 모여 바라보는 달이 넉넉하고 원만하며 아름답기를 바란다. 어느새 여름의 끝머리 가을이 눈앞에 온다.

뉴스를 보면 어지럽고 혼란하다. 넘치는 이념논쟁에 끝없이 너는 너, 나는 나.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물어뜯고 할퀴는 정쟁, 생업이 바쁜 사람들은 힘들다. 거기에 간단없이 무시로 터지는 형언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건, 사고가 팍팍한 민생고에 맞물려 국민을 괴롭힌다. 이제 가을이다. 이런 걸 다 떨구고, 정의와 공정, 자유의 가치가 정착되고 국법질서가 정연하며 공명정대한 가운데 배려와 이해, 소통과 화합으로 국민 모두가 넉넉하고 행복해지며 축복받는 아름다운 나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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