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철도연구원장

며칠 전 뜻밖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대전을 특별자치시로 바꾸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그것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특별자치시로 바꾸려는 이유가 “말뿐인 과학수도를 넘어 진정한 과학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생뚱맞은 소식에 어찌 된 것인지 꼼꼼히 살펴보니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동이 되어 추진하고 있었다. 필자는 단번에 내년 총선을 겨냥하여 이슈를 만들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판단됐다. 왜냐하면 광역시와 특별자치시의 차이와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허상이 드러나게 되어 과반수 이상의 시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 ‘특별자치’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붙은 곳은 ‘제주특별자치도’인데,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어 각종 해외투자와 관광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 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세종특별자치시’가 만들어졌다.
그럼 특별자치 지방행정기관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광역시에 필요한 기준(도시규모·인구 등)을 갖추지 못한 지역이지만 특별법을 만들어 광역시처럼 보이게 만든 지방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사단사령부를 만들기 어려우니까 여단급 부대를 만들어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현재 특별자치로 운영되는 제주도, 세종, 강원도의 특별자치시·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내용을 보면 이런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진다. 특별자치시가 되면 행정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균특회계에서 0.1% 정도(몇백억 원에 불과)의 추가재정을 지원받게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현재 대전에 있는 5개 자치구는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특별자치시는 기초자치단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동구, 서구 등 모든 기초자치단체는 시장이 임명하는 공무원이 구청장을 맡게 되고 구청장 선거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쳐 온 시민단체에서 퍽이나 좋아할 일이다.
앞선 사례를 보면,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바뀌고 나서 방문객뿐만 아니라 주민들까지 면세점을 이용하는 편리함도 생기고 관광객도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제주가 섬(島)이니까 가능한 일이고 대전에 면세혜택을 주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세종시나 강원도가 그랬듯이.
또한 투자를 빙자한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제주도 땅 매입으로 “제주도는 중국땅이 되고 말았다”는 우려가 생겨 외국인의 토지매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더구나 제주도민들도 중국관광객들의 비매너와 폐해로 인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이들의 행태는 유튜브에 차고 넘친다.
우리 대전광역시의 경우에는 이미 특별자치시보다 한 단계 위인 광역시 체제가 확립되어 있는데, ‘특별’과 ‘자치’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뭔가 특별해 보이는 인식 때문에 대전시 지위가 상승할 것이라 착각하는 시민들이 생겨날 수 있다. 예컨대 4년제 대학을 2년제 대학으로 바꾸면 몇백억 원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어떤 4년제 대학이 2년제 대학으로 바꾸는 어리석음을 선택할까?
하물며, 정말로 대전시의 발전을 위해 이런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면 마땅히 대전시에서 추진해야 할 사항일 것인데 야당 정치권에서 이런 중차대한 것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과정도 거치지 않고 대전시와 협의도 없이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시민들이 혹할 수 있는 내년 ‘총선용 이슈 만들기’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전시는 1989년 대전시와 대덕군이 통합되어 직할시로 승격됐고 1995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광역시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덕특구 지원을 위한 특별법도 이미 제정되어 있고 그들의 주장대로 필요하다면 이미 있는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추진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특별교부세 증액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노력한다면 총량 범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대전광역시를 굳이 격하시키는 일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울러 아직까지 광역시를 특별자치시로 격하한 사례도 없다는 점을 시민들께 상기시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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