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한화생명·삼성생명·삼성화재 등 판매 중단
금융사들 가계대출 주범 지목되자 취급 보류·포기 속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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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금융사들이 잇따라 이 상품의 취급 자체를 포기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상품 출시 불과 약 한 달 만에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전체 대출 한도는 늘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시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능력을 사정하는데 대출 기간이 늘면 매월 갚는 원리금이 줄면서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지난 1월 한화생명이 금융권 최초로 이 상품을 출시했고, 은행권에서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줄줄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가 이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 상품을 DSR 규제 우회 수단이자 가계 대출 급증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금융권의 기조도 달라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일 1금융권에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계산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유지하되 DSR 산정 방식은 40년으로 축소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현재 연 소득 6000만 원인 대출자가 금리 연 4.5%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한도는 5억 1600만 원이다. DSR 산정 만기를 10년 줄이게 되면 대출 최대한도는 4억 8100만 원으로 낮아진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은 생명·손해보험사에 6월 말 기준 취급 주담대 만기 잔액 현황과 올해 월별 가계 주담대 신규 취급 액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현황, 상환방식 금액 등의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50년 주담대 취급 계획 여부와 예상시점, 가입 또는 만기 시 연령 제한 계획 등도 함께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당국은 조만간 50년 만기 상품의 DSR 산정 기준 변경 등의 규제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국이 규제카드를 검토하자 소비자들은 서둘러 대출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4612억 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8억 원)과 비교해 2403억 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는 같은 기간 4840억 원(512조 8875억 원→513조 3716억 원) 증가했다. 이 중 50년 주담대 잔액은 2조 8867억 원으로 7월 말(8657억 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2조 210억 원 불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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