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최근에 양식 있는 지성인들은 분열과 패망을 걱정하는 편이다.

무뢰한 정치인들은 눈앞의 이해관계로 끊임없는 반목과 분열 그리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일삼고 있지만, 국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근심거리이다.

몇 년 전, BBC에서 ‘국가별 분열에 대한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것이 있었다.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현지인과 이민자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중국, 일본, 한국은 ‘빈부격차’를 분열의 원인들로 꼽고 있었다.

이 조사에서 관용성 측면을 묻는 질문으로 “다른 배경, 문화, 견해에 대해 얼마나 관용적이냐”에 대해 20%만 ‘매우 관용적’이라고 답해서 조사대상 27개국 중 26위였다. 캐나다가 74%로 1위였다. 또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알아보는 내용으로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12%만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른 정치 견해를 가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사람이 35%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배타적으로 나타났다.

위의 조사 내용을 보면 서구 유럽 민족들은 사고의 개방성, 이념의 자유로움에 서로의 허용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고의 폐쇄성과 이념의 편협성이 너무 강한 것 같다.

2011년 3월 12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비상 디젤발전소가 침수되어서 발생한 사건이다. 그리고 3년 이상을 처리되지 않은 다량의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대한민국 해역의 바닷물을 검사한 결과 사고 후 4년이 넘은 2015년 말까지 방사선량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오염수가 다해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후, 해수를 이용해 희석해서 배출되고 있다.

이런 객관적인 과학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모두 관심있게 보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을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항상 공존하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께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직성과 폐쇄성 그리고 정치적인 함의를 내포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 참으로 불쌍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요즈음 이념논쟁으로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독립운동의 영웅,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 참여 활약으로 일제 압박에 있었던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던 훌륭하신 분이다. 그 이후, 일본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이 러시아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당시에 지금과 같은 공산, 민주주의 개념이 분명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지금 그분에 대한 지나친 이념논쟁으로 반목하는 것이 생산적인 일들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이런 이념논쟁에서 평소에 찾아보지도 않던 홍범도 장군의 묘역을 찾아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 하나 전남지방에서 논쟁이 되는 문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가 어떤 인물인가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서 발생했던 문제이다. 물론 자세히 알고 추진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비판받아야 한다.

화합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싸우는 현장에서 적군의 군가를 작곡했고, 국적도 중국인 인간을, 무슨 이유로 찬양해야 하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대의 가슴에는 대한민국의 정신이 살아 숨쉬지 않는가를 묻고 싶다.

위 조사에서 “다른 정치 견해를 갖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가 35% 였다. 최근에 여당의 지지율이 36% 부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35% 부근이다. 윗 조사에서 나온 수치와 비슷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국민 분열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허용할 수 없다는 데드라인을 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분열이다.

분열하는 국가는 세계의 역사가 말해주듯 패망의 길밖에 없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른 마음으로 포용하는 열린 마음으로 화합하는 길로 가야만 한다. 그 길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고 갈 길이다. 화합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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