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을 수용한 대학들이 속앓이 중이라고 한다. 대원들을 지원하느라 들어간 비용이 여태껏 정산되지 않아서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급하게 요청할 때는 언제고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정산해 주지 않은 것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손 쳐도 신의를 손상시키는 행정의 난맥상으로 꼬집힐 만하다. 하물며 정부를 믿고 흔쾌히 손을 잡아준 대학들이다. 누가 노고를 셈해달라 하든가.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중도 철수해 대회를 마칠 때까지 전국 56개 대학 기숙사에 분산 수용된 잼버리 대원들은 약 2만 명에 달한다. 대전에서도 브라질과 베트남 대원 약 1400명이 8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대학 기숙사에 여장을 풀고 지역 문화 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한 뒤 무사히 돌아갔다. 워낙 말 많고 탈 많던 대회였던지라 태풍으로 인한 분산이 되레 전화위복의 기회였을 수 있고 반전 속엔 대학의 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돌아온 건 늑장 처리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새만금 잼버리 예산집행 현황에 따르면 충남 18억 원, 충북 8억 1000만 원, 대전 5억 원, 세종 6000만 원 등 충청권에서만 대원들의 숙박비와 식비 등으로 31억 7000만 원이 쓰였다. 전국적으론 150억 원 정도가 소요됐는데 이 가운데 56개 대학이 지출한 금액은 수십억 원으로 추산되고 상당액이 아직 미정산 상태다.

정산이 안 된 것도 납득가지 않지만, 그 과정 또한 우왕좌왕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처음엔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한다고 안내받아 대전시에 증빙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연락이 없기에 알아보니 교육부에서 한다고 해 부랴부랴 증빙 서류를 다시 제출했다. 시간만 낭비한 꼴”이라고 푸념했다.

예정에 없던 손님을 그것도 대규모로 치른 터라 정산받지 못한 대학은 입장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 특근에 투입된 직원들의 시간 외 수당이며 대원들의 식사를 담당한 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나갈 돈은 천지인데 위에선 감감무소식이니 속이 탈 만하다. 더구나 추석 명절을 앞둔 마당이라 조바심이 이만저만 아닌 모양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잼버리에 쓴 예산을 추석 전 보전할 방침이라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뒤처리가 깔끔치 못한 데서 아쉬움은 짙게 남는다. 잼버리 직접당사자가 아닌 교육부를 나무랄 순 없다. 태풍이라는 변수를 만나 별도의 예산 편성이 필요했다는 점을 인정해도 정부 중 누군가는 책임지고 나서 뒷수습해야 했다. 행사는 실패했어도 행사가 머문 자리는 미덥게 마무리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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