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에서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 진학이 증가하고 있다. 영재학교 학생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면 교육비·장학금 등 지원금을 전액 환수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약대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을 근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영재학교에서 모두 218명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0학년도 62명, 2021학년도 73명, 2022학년도 8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대전과학고 6명→10명→16명,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4명→8명→7명으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세금이 투입되는 영재학교는 이공계 인재 양성이 목표기 때문에 대학 진학 시 의약학 계열을 희망하면 진학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영재고로 입학했다가 의약학 계열로 이탈하면 그동안 지원 받은 교육비나 장학금 등을 전액 환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금 환수로는 의약학 계열로 몰리는 현상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올해 영재고가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지원금을 환수한 것은 서울과학고가 47명에게 3억 2000만 원, 경기과학고가 24명에게 9906만 원, 대전과학고가 7명에게 450만 원, 한국과학영재학교가 1명에게 112만 원으로 파악됐다. 이런 지원금 반환을 무릅쓰고 의약대학 진학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원인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의약대학 선호 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공계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 부족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약대학에 진학해 의사나 약사가 되면 많은 보수와 사회적인 지위 등이 보장되는 반면 이공계의 경우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고급 인력들의 이탈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공계 인력 육성은 국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은 경쟁국인 중국이나 대만, 일본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리고 있는 만큼 우리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고급 인력들이 의약계열로만 몰리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설립한 영재학교에서조차 의약계열로 이탈하고 있다면 문제가 뭔지 파악하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영재고 학생이 의약계열에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교육비·장학급을 환수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공계 인재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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