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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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문자는 유의해야 할 안전 지킴이다. 휴대전화 일상화에 발맞춰 2005년 5월 15일부터 시작한 재난 문자 서비스는 그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 안내 문자로 나뉘어 2019년까지 연평균 414건을 송출하며 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까지만 해도 순기능에 국민의 의뢰심이 상당했다. 그랬던 재난 문자가 이젠 스팸 문자와 다를 바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과유불급으로 인한 피로감이 원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재난 문자는 연평균 5만 4402건으로 131배 급증했다. 이후로도 시도 때도 없이 송출하는 내용 중 정작 재난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적잖아 빈축을 사곤 했다. 재난 문자를 차단하는 시민들이 속출한 가운데 과도한 송출로 되레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팽배하자 결국 정부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신속하게 전달하는 방향으로 송출 기준 등을 손봤다.

그러나 재난 문자의 홍수 속에 표출된 피로감과 불편이 누구에게서나 나온 것은 아니다. 모순되게도 재난 정보 습득이 어려워 불상사를 겪을지 모를 취약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5일 열린 충남인권협의회 재난 정보 접근 보장 분과 제3차 회의와 추후 개선 대책을 주목하는 이유다. 재난에 취약한 약자이기 때문에 더 필요한 알권리를 간과한 우리여서다.

도 인권센터는 이날 청각·언어 장애인, 외국인 주민 등 재난 약자에게 재난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관련 기관 현장 방문 결과를 보고했다. 현실은 예상대로였다. 농아인에게 문자 메시지로 송출하는 재난 정보는 무용지물이라는 점, 재난 정보를 외국어로 번역한 문자 전송은 통신 기술상 한계로 지원센터가 담당하기엔 어렵다는 점 등이 불특정 다수에 한정한 재난 문자의 또 다른 실효성 문제로 꼬집혔다.

충남의 청각장애인 수가 2만 3600여 명에 달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농장의 비닐하우스 컨테이너가 폭우와 산사태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사고 등이 빈번하다는 실태 보고는 재난 알림에 있어 어떤 보완책이 절실한지 가리킨다. 재난 약자를 포함해 누구나 재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픽토그램과 같은 그림문자의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시다.

도 인권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및 기후 위기 등으로 장애인, 외국인 이주민 등 재난 약자의 피해는 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재난 정보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너무 흔해 취지가 손상된 재난 문자라고 해서 국민 안전 지킴이의 기능을 상실한 건 아니다. 정부 말마따나 꼭 필요한 순간에는 국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달받아야 한다.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데서 정부가 할 일이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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