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전통시장 상인 60% 이상
간편 소비 문화 따라잡기 어려워
외곽 시장 소비자 발길 뚝 쇠락 길
일각선 젊은 상인 유입 방안으로 꼽아

전통시장이 고령화라는 거대한 산을 직면했다. 전통시장 종사자의 고령화가 가속화 페달을 밟으면서다. 최근 사회 전반적인 부분이 디지털시대로 전환되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한 폐쇄적인 분위기의 전통시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으로의 젊은층 유입을 재활성화의 방법으로 손꼽는다. 그러나 고령층 종사자가 다수 자리잡고 있는 전통시장에 젊은이가 발을 디딜 곳은 없어 보인다. 슬프게도 전통시장의 현주소다.

◆‘대전의 역사’ 품은 전통시장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발길이 닿길 희망하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과거 농촌에서만 풍겨왔던 이 같은 분위기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도심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쇠락과 변화 그 사이에서 진통을 겪는 전통시장의 이야기다. 전통시장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으니 ‘전통시장 활성화’, ‘대형마트와의 상생’ 등의 문구는 이제 귀에 익을 정도다. 전통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통시장은 지난 몇십 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상인의 삶 그 자체가 묻어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대형마트가 등장하기 훨씬 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상권과 주거지 등이 형성됐다는 점도 있다. 한마디로 전통시장이 사라지면 한 지역의 과거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에는 이 같은 큼지막한 전통시장이 많다. 흔히들 대전도마큰시장, 신탄진시장, 대전중앙시장 등 3곳을 3대 전통시장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이 중 대전역과 인접한 중앙시장은 지난 1970년대를 기점으로 책방과 한복집, 의류, 전자제품, 악기, 수산물 및 농산물 등의 판매점이 들어서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아왔다.

◆소비자·청년의 발길이 끊기다

11만 3621㎡ 규모의 중앙시장에는 17개 단위시장의 의류, 잡화, 요식업 등 2700여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방문객만 5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농수산물 등이 판매되는 중앙시장 중심 부근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원동네거리와 맞닿은 도매시장 부근에는 한복, 원단가게는 물론 헌책방, 중앙쇼핑타워가 있지만 ‘아는 사람만 방문하는 곳’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새로운(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 열풍으로 레코드판과 헌책방, 원단가게 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젊은 소비자, 이른바 MZ세대가 발을 들이고는 있지만 매출로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방문객은 한 번 발길이 닿은 이곳을 두 번 이상 찾지 않는다는 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낭만으로만 소비자를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젊은 상인을 유입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7년 젊은 상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20억 원을 투입해 중앙 메가프라자 내 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구단이 문을 열었지만 커다란 조형물만을 남긴 채 4년 만에 폐점하면서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무너졌다.

이곳에서 10여 년째 공방을 운영하는 A 씨는 “농·수산물이 판매되는 곳과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다보니 사람들이 같은 전통시장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소위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기도 하다. 버스정류장이라도 인접해 있으면 좋겠지만 이 역시 열악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상인 B 씨도 “외부에 있는 곳은 소외된 시장이나 다름없다. 전체적인 테두리를 봐야 하는데 행사도 시장 중심부에서만 주로 하니 끝자락에 있는 시장은 모르는 경우도 많다”라고 아쉬워했다.

◆60대 이상 상인만 60%

중앙시장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상인의 연령대도 높다. 상인 고령화로 최근 60세 이상 상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대전에서 만 70세 이상부터 무임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으니 ‘진짜 노인’이 되기까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시장의 변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최근 빠르고 간편한 소비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보 접근성조차 떨어지는 게 현실인 까닭이다.

A 씨는 “상인 지원을 위한 홍보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신청 시 각종 서류작업이 필요한데 상인은 여유가 없다. 나이가 있는 경우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돌아다니면서 안내해주거나 알음알음 알아가는 정도다. 내가 50대인데 이곳에서 허드렛일은 다한다”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전통시장 고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됐고 시행됐지만 가장 확실한 건 젊은 인력의 유입이다. 몇 차례 무산됐으나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인 만큼 계속해서 관련 시도를 해야 한다는 석이다. 특히 중앙시장 외곽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한복, 원단가게의 경우 몇 십년에 걸쳐 일을 해왔으니 장인이라 할 수 있어 이를 콘텐츠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장혁 대전중앙도매시장상인회장은 “중앙시장 바깥 쪽에 위치한 원단가게 등엔 이곳에는 장인이 상당히 많다. 대를 이어 업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활용해 노인대학 등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이후 장인을 따라 유입된 젊은 상인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젊은 상인이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업종이 형성되고 또 그 속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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