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구두수선을 하며 이웃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다. 40대 가장인 그는 14년째 구두수선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고 있었다.그는 아침에 애완견 두 마리를 데리고 가게로 출근한다. 부부사이인 개들은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동네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고 지낸다. 그 개들이 지난해 예쁜 새끼 세 마리를 낳았는데, 그 강아지들은 모두 결손가정에 무료 분양되어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그는 항상 미소를 띠고 동네어르신을 부모처럼 다정하게 모신다. 구두수선을 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조손가정의 할머니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의 봉사정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남을 돕고 사는 것을 실천한 부친의 영향이 크다. 부모의 따뜻한 심성이 자식들에게 전해 내려온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이웃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아름다운 뉴스를 접할 때는 기분이 흐뭇하다. 이와 반대로 남에게 몹쓸 짓을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의 소식이 나오면 마음이 안 좋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삶이 힘들다. 세상이 험악해서 살기가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의식 있는 어느 분이 행사장에서 한 “우리 사회가 나쁜 사람들만 가득한 것 같아도, 사실은 51%의 좋은 사람들이 계셔서 유지되는 겁니다”라는 말이 떠올라 희망을 갖고 있다. 2000년도에 나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는 지금도 교육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도덕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트레버’라는 12세 소년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 려는 원작소설을 영화화 해 진한 감동을 남겼다. 트레버의 중학교 1학년 첫 수업시간. 사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행에 옮길 방법 생각하기’를 숙제로 내준다. 다른 아이들은 숙제는 숙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레버는 진심으로 이 숙제를 받아들이고 ‘사랑나누기’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트레버는 자신의 엄마와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트레버의 순수한 생각만큼 세상사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그의 용기와 노력은 번번히 좌절되고 만다. 결국 나중엔 부랑배들에게 고통 받는 왕따 친구를 구해주려다가 칼을 맞고 숨진다. 하지만 그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바꾸기가 실천되고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희망의 등불이 켜져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인류애와 가족애를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는 모순투성이의 세상 속에서 인간관계의 가장 본연적인 근본을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레버가 강조한 사랑나누기(Pay it forward) 운동은 영화 속을 뛰어넘어 현실세계로 뻗어 나와 ‘사랑나누기 재단’이 설립되는 등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바로 산성동에서 구두수선하며 행복을 나누는 그런 분이다. 오늘 문득, 세상이 더럽다고 말하면서 짜증만 내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트레버처럼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얼굴을 펴고 미소를 짓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같은 일이라도 자신이 한 일은 잘 된 것이고, 남이 하면 잘 못된 것이라는 아전인수식의 심보를 버리자. 자신에겐 얼음처럼 대하고 남에게 솜사탕처럼 대하는 인정머리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때로는 트레버처럼 산성동의 그 분처럼 가장 소박하고 단순한 마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 됨을 가슴 속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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