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를 비롯한 생활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치솟고 라면과 우유, 발효유 등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도 가파르다. 상황이 이러니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눈에 띄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6.4% 올랐다. 배추 한 포기가 7000원에 육박하는 등 김장철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사과·복숭아·토마토 등 과일값도 많게는 50% 이상 오르며 서민들의 먹거리를 옥죄고 있다.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도 천정부지다. 통계청 국가포털통계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외식의 2분기 물가상승률은 각각 7.6%, 7.0%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서민 대표 가공식품인 라면이 12.9%로 가장 많이 올랐고 발효유(12.6%) 두유(11.6%), 커피(11.5%), 빵(11.4%) 등이 뒤를 이었다. 외식물가의 경우 김밥(9.6%), 자장면(7.9%)을 비롯한 39개 품목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월급은 제자리다 보니 국민 실질소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83만 1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8%나 줄었다. 국민 생활이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올해 9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전월대비 0.4%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3%나 올랐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확전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제유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국내 물가에 악영향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피해가 우려된다.

이와 같이 물가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정부 당국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대처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를 갖고 ‘생활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펴기로 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대중교통비, 상하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 관리를 강화하고 정부가 비축한 배추 2900톤을 풀겠다는 내용이 고작이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어렵다. 우선 생활물가를 잡고 서민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말로만 민생 운운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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