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흉상 철거’ 정부 직격
박 장관 참석에 ‘정치쇼’ 비난도

▲ 홍범도 장군 묘역 전경. 김고운 기자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이 ‘느닷없는 이념 논쟁’ 속에서 치욕으로 얼룩졌다. 추모식은 25일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서 거행됐는데 이날 행사를 주최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는 홍범도 장군을 모욕하는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우원식 사업회 이사장은 이날 추념사에서 “홍범도 장군님께서 78년 만에 돌아온 고국 땅에서 여전히 편히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 바로 흉상 철거 논란 때문”이라며 “그 논란에 국가보훈부가 마치 동조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우 이사장은 이어 “홍범도 장군은 나라가 어려운 시절 독립을 위해 목숨 받쳐 싸웠지만 나라의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해 말년엔 극장 수의, 방앗간 노동자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돌아가신 오늘날에도 느닷없는 역사전쟁에 편히 쉴 수 없다.

추모하는 참석자들. 김고운 기자
추모하는 참석자들. 김고운 기자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자존심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있어야 할 곳은 국군의 뿌리이자 우리 육군을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다. 또 한번 장군께서 강제이주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국가보훈부도 흉상 철거 백지화에 앞장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은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맞대응하진 않고 준비된 추모사 원고를 낭독했다. 박 장관은 “승리를 거머쥐며 진작된 사기로 독립의 희망을 잃지 않게 해 마침내 광복 쟁취에 힘쓴 홍범도 장군을 최고 예우하겠다. 역사공적에는 여지가 없다. 국가보훈부는 독립 영웅들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위대한 역사를 우리 국민들이 언제나 기억하고 예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흉상 이전이 항일독립운동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홍범도 장군 육사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이 돌려놓은 윤석열 대통령 근조화환. 김고운 기자
홍범도 장군 육사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이 돌려놓은 윤석열 대통령 근조화환. 김고운 기자

참석자 중 일부가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근조화환을 행사장 반대 쪽으로 돌려놨지만 우 이사장 등 관계자들이 만류해 근조화한은 제자리로 돌려놓아졌고 큰 소동은 발생하지 않았다. 추모식 이후 진보당은 박 장관의 행사 참석에 대해 ‘위선의 정치쇼’라고 논평했다. 진보당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독립운동 역사를 지우려는 이념 전쟁에 적극 가담한 박 장관이 이제 와서 추모를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박 장관의 급조된 참석은 정권의 지지율 폭락을 만회하려는 얄팍한 정치쇼다”라고 비난했다. 보훈부는 지난 24일 홍범도 장군 추모식에 보훈부 차관이 참석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박 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수정 배포했다.

한편 추모식 이후 전국 각지에선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국민 추모부스가 28일까지 운영된다. 대전 유성구는 유성온천공원에서 국민 추모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김고운 수습기자 kg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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