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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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기관 등을 유치하기 위한 지방 정부의 경쟁은 한결같이 치열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맞설 때는 같은 배를 탄 동지지만 각자도생에선 지역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히 그것이 정부가 보증하는 국책사업일 경우 저마다 최적지를 주장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치 ‘떼놓은 당상’처럼 덤벼들곤 한다. 여기까지는 건강한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게 예삿일이라서 문제다. 대통령 지역공약도 예외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김태흠 충남지사가 작심 발언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7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를 빌려 “대통령 지역공약에 대해서는 서로 경쟁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이다. 말이 제안이지 “충남은 다른 시도 지역공약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은 대목에서 상도의를 지켜 달라는 일침으로 와닿는다.

김 지사가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것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립경찰병원 분원이 전례다. 대통령 충남지역 공약이었음에도 공모로 전환되자 전국 19개 시군이 참여하는 등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초래한 바 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12월 충남 아산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결정되기는 했으나 과정이 지난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유치전에 에멜무지로 나선 지자체는 없을 테니 승자도, 패자도 헛심을 뺀 꼴이다.

조짐은 또 있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이다. 관련 법안이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며 가시권에 들자 다른 지자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충남지역 공약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김 지사가 지방자치단체 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자는 시도지사협의회 공동성명서를 상기시키며 공개 석상에서 자제를 당부할만하다.

뻔히 특정 지역의 대통령 공약임을 알고 있음에도 여지만 생기면 경합에 뛰어드는 건 좋게 봐줘도 욕심이요 결국엔 제 살 깎아 먹기가 아닐 수 없다. 역지사지여도 순순히 출혈 경쟁을 받아들일 만큼 관용적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누구는 자격 여건이 되지 않거나 탐나지 않아서 물러서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지역공약을 둘러싼 지자체 간 과당 경쟁은 공모로 전환한 정부가 조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국책사업의 공모는 당연한 절차지만 대통령 지역공약으로 못박인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애당초 공모로 추진할 사업이었다면 공약은 민심을 사기 위한 사탕발림이 돼 버린다. 더 이상 대통령 지역공약을 두고 지자체 간 소모적인 경쟁을 야기해선 안 된다. 공모가 아닌 선정이 상책이고 국립치의학연구원 충남행이 마땅히 그 선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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