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지만 여간해 정치를 소재로 삼지 않는다.

나 말고도 수많은 논객이 정치를 소재로 숱한 칼럼을 쏟아내는데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글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성향을 찾아내고 낙인찍으려는 이들이 더 많아 공연한 이념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라고 정치에 관심이 없겠는가, 생각이 없겠는가. 정치나 정치 이슈, 정치 인물을 소재로 삼으면 열독률이 올라가고, 사회적 반향이 커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피하고 싶었다.

사회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집합체이므로 각자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그래서 주로 정치적 이념보다는 사회의 현실적 문제나 의식의 문제를 소재 삼아 칼럼을 썼다. 의식이 바로 서면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합리적으로 사회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주로 더 크게 보고, 바로 보는 안목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여 칼럼을 썼다.

그러나 작심하고 정치 칼럼을 써본다. 지금 이 나라 돌아가는 정치 작태가 너무 한심한 꼴불견이기 때문이다. 불안하다. 이러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몹시 불안하다. 지금 이 나라는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면 다행스럽겠지만, 뒷걸음질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퇴행이 이어지고 있다. 때아닌 이념 논쟁이 불거져 온 나라가 대립과 반목으로 얼룩져 있다. 뉴스를 접하는 것이 하루하루 고역이다.

흡사 해방 직후 극도의 혼란기가 재현되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대통령이 서 있다는 점이다. 국민을 단합으로 이끌고, 혼란과 분열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할 대통령이 되레 해묵은 이념 논쟁에 불을 댕겨 나라를 아비규환으로 내몰고 있다. 대화와 타협은 뒷전인 채 특정 세력의 지지를 의식한 선동질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국민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특정 지지층을 향한 구애의 몸부림만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의식하지 않으며 분열 책동을 이어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공정과 상식’ ‘자유민주주의’를 외쳐대면서도 모든 말과 행동은 이에 반하고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탄핵’이란 용어가 스멀스멀 거론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이는 건 당연하다. 탄핵 정국이 나라 전체를 얼마나 깊은 혼란으로 몰고 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의 혼란기다. 금세 이념을 달리하는 국민 간 혈전이라도 벌어질 태세다. 정부는 유신을 소환하고 서슬 퍼런 긴급조치라도 내릴듯한 기세다. 먹고살기 힘든 국민은 혼란스러운 나라 꼴을 보고 푸념과 욕설을 뿜어내고 있다. 이 상황에도 대통령과 정부는 민심을 달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념을 앞세워 생각이 다른 국민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려 하고 있다. 이 탓에 국민 불안은 역대 최고치로 치닫고 있다.

부자 감세 여파로 나라 재정은 흔들리고 있고, 부실·편향 외교의 후유증으로 무역수지는 계속 뒷걸음질이다. 나라 살림, 민생 모두 불안하다.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불안해 보인다. 어렵게 코로나 정국을 뚫고 나와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나 싶었는데 뒷걸음질만 하고 있으니, 국민 울화가 커간다. 국민 한숨 소리가 커진다. 그래도 보지 않고, 듣지 않겠다고 한다. 낡은 이념 몰이에만 치중하겠단다. 이건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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