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 개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활동 기한을 또 연장하기로 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을 위해 지난해 7월 구성했고 올해 4월까지였던 활동 기한을 올해 10월까지로 연장했지만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다시 활동 기한만 연장한 것이다.

22대 총선은 오는 12월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선거제는 물론 선거구도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자와 유권자가 선거구도 모른 채 선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참으로 갑갑할 노릇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느긋한 모습이다. 정개특위는 지난 7월 13일 회의 후 회의조차 열지 않고 있다. 선거제 개편을 위해 구성된 2+2 협의체(여야 원내수석부대표·정개특위 간사) 회동도 감감무소식이다. 어쩌자는 건지 알 수 없다.

여야가 지금까지 겉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것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준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 위성정당’문제를 이번 총선에서는 재차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것도 여론을 의식해 원론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준연동형과 병립형으로 구분되는 비례대표 의석 할당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때와 같은 위성정당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로의 후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 선거구 획정 등 지역구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여야는 1개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기존 소선거구제는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지만 변수는 많다.

이와 같이 여야가 선거제 개편을 놓고 하세월로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서로의 당리당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계산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걸려 있는 선거제 개편을 국회의원들이 협상을 벌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총선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때도 선거구 획정 등을 법정시한 내에 정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다른 독립적인 기관에서 선거제도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그야말로 선거제를 개혁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우리 정치를 정상궤도로 올려놓는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이 예리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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