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준비 안 됐으니 2년 연장 압박
민주당, “2년간 뭐하다 이제서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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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네탓공방으로 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 업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예정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준비가 덜 됐으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는 소규모 사업장 업주들 모두 정치권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경제단체와 국민의힘은 이 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법 자체에 반대했고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며 법 적용 유예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간 법 적용을 유예한다는 조건을 달아 법을 제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아무런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으면서 소규모 사업장 법 적용 추가 유예 요구가 다시 불거진 데 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같은 경제단체의 요구에 따라 전면 적용 약 6개월정도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2년 추가 유예 법안을 내놨고 정부도 지난해 연말에서야 2년 추가 유예를 전제로 한 소규모 사업장 준비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계와 야당은 2년 유예 기간에 당정은 뭘 하다 이제서야 2년 추가 연장안을 들이미느냐고 반발했다. 중대재해의 80%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마당에 2년 유예한 것도 모자라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것은 명분이 안 된다는 거다. 특히 준비 미흡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윤석열 대통령)가 지난 16일 국회에 2년 추가 유예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해철 민주당 노동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을 지키고 살리기 위한 법”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객관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왜 눈을 감나. 수십 년간 성장과 효율, 기업가들의 이익과 돈만을 중시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늘 뒷전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희생이 결코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조속한 법 시행이 단 한 명의 국민을 더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중처법 유예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하나 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준비도 없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적용 유예와 관련해서 여론몰이만 하다가 이제 불과 열흘 앞두고 2년 추가 유예 법안을 국회 보고 처리하라니 거의 일방통보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행과 산업현장 안전 관리 감독을 책임질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없이 정부가 마치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것은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희생된 노동자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은) 언제까지 즉흥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실 건가. 대통령이 해야 하는 것은 법안 처리 요구가 아니라 행정부 수반으로서 지난 2년 동안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오는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오라. 거기서부터 이 법을 유예할지 말지를 판단하겠다. 경제단체들에게도 말씀 드리겠다. 정부에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촉구해달라. 그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당정의 사과와 야당의 요구안에 대한 답변이 없으면 관련 법안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게 야당의 입장인데 여당에서는 이들의 요구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16일 대통령의 중처법 적용유예 발언을 문제 삼아 또다시 추가 조건을 요구하며 법안처리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영세 사업장과 노동자를 모두 위태롭게 하는 무리한 요구를 즉각 중단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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