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집단이탈이 17일째 계속되며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7일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의 강대강 대치로 국민이 겪는 고통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난리판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상당하니 의료공백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환자와 가족의 심경은 헤아리고 남는다. 여론은 줄곧 정부 편이기는 하나 인내심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번 단생산사(團生散死)의 승리인가 하면 정부의 대응이 준열하다. 말인즉슨 국민을 볼모 삼은 사회 불안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중재에 나섰다. 노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강대강 대치와 자존심 싸움 속에 환자와 국민의 피해, 고통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어 의대 증원 문제를 비롯한 필수·지역 공공의료 위기 해법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올해는 정부 계획대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되 내년도 정원부터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하자는 것이다.

5년간 1만 명 증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정부의 주장과 일방적인 의대 증원은 수용할 수 없다며 350명을 적정선으로 배수의 진을 친 의사단체의 주장에 대한 절충안이 와 닿는 건 그것이 정답이어서가 아니라 국민 정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노조가 제안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참여 대상 또한 정부, 의료인단체, 의료기관단체, 노동단체, 소비자·환자 관련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난산이 우려되는 조합이어도 직간접의 당사자라 대표성엔 설득력이 있다. 의술도 공공재라면 공공재다.

이 같은 제안을 정부와 의사단체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판세로 볼 때 특히 의사단체는 그들이 노호한 이유를 대중이 납득하지 못한 불리한 형국에서도 재고할 가치조차 없다고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등이 주축이고 정부는 의료공백을 메울 요량으로 간호사에 의사 업무 일부를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하며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화의 운을 뗐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 간으로 전이될 시점은 의료공백이 길어질수록 빨라질 수밖에 없다. 간호업계는 차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간호사의 무면허 수술과 처방이 속출할 것이라며 의사단체가 거세게 반발한 사안이라 확전의 화근이 될 수 있으나 정부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내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의사 진료 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노조의 포고는 성난 민심으로 볼 때 인화성이 강할 수 있다.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퇴로를 열어주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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