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한밭대학교에서 열린 제64주년 3ㆍ8민주의거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64주년 3·8민주의거 기념식이 지난 8일 한밭대학교에서 거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장우 시장은 “3·8민주의거는 정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며 지역의 특화자원이다. 역사적 가치와 교훈을 널리 알리고 계승해 후세에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치사했다.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기리지 않고선 연례적 기념식으로 연명하는 맥박 없는 역사가 될 수 있다. 지역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알고 있는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과 불의에 맞선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의 저항운동이다. 대구 2·28민주운동, 마산 3·15의거의 징검다리로써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봉인을 해제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이 장식한 것이다. 기껏해야 열일곱 여덟 살의 고등학생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나 독재 타도를 외친 서사는 영웅담이 아니라 깨어 있는 의식의 몸부림이었다.

이런 3·8민주의거가 정부 기념일로 지정돼 국가행사로 격상된 건 불과 5년 전인 2019년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결실을 빚었지만 안타깝게도 백발이 성성해진 60년 동안 그날의 함성은 점차 희미해졌다. 특별한 교육을 한 것도 아니고 각인할 행사를 한 것도 아니다. 역사라는 게 의욕을 갖고 붙잡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어서 대전시민들이 3·8민주의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 기념일 지정 이후 위상이 변하기는 했다. 올 하반기 개관을 앞둔 3·8민주의거기념관이 징표다.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와 대전시 등은 기념관에 민주·자유·정의 등 3·8민주의거 정신이 시민 속에 깃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자료 전시보다는 민주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데 시민들이 참여할 다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기념관은 역사를 머물게 하는 창고다. 추체험하며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 하는 발길이 이어져야 가치를 갖는다. 문제는 인식이다. 시민이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대접해야 지역의 특화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에서 벌어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사임에도 인지도 자체가 낮다. 시민의식 제고의 필요성도 굳어진 무관심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교육의 역할이 막중하다. 자라나는 학생이 숭고한 용기를 계승할 주역이어야 전파력이 지속될 수 있다. 시험 문제에 출제되지 않을지언정 3·8민주의거가 학생운동이었다는 사실에서 존경하고 본받을 ‘라떼’임에 틀림없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3·8민주의거는 우리 지역 학생들이 정의와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미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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