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최종변론

대한민국의 정신사(精神史)를 짊어진 헌법재판소 여덟 현자 앞에서 국회 측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사건’ 최후변론을 전달했다. 사건의 중심에 선 박 대통령은 끝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국회 측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정제된 변(辯)으로 길고 길었던 법정공방을 갈무리했다. 뒤이을 헌재의 최종 선고는 엄중한 무게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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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명을 비롯해 국회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진행했다. 국회 측은 권성동 단장 등 대리인이 구두변론을 통해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권 단장은 “(박 대통령)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국회 측은 “대통령 부작위는 국민생명권 보호 위반”이라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책임 자유롭지 않다’는 취지로 변론하기도 했다.

반면 이중환 변호사를 비롯한 대통령 측은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 없었다는 골자로 최후 변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박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대리인단이 서면을 대신 읽는 형태로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서면을 통해 국정에 최순실이 개입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서면에서 ‘그동안 최순실은 제 주변에 있었지만 사심을 내비친 적 없어 제가 최순실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저의 그런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다는 늦은 후회가 든다’면서도 ‘최순실에게 국가정책 사항이나 인사, 외교 관련 문건을 전달해주고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도록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등 국회 탄핵소추의 부당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서면 최종 진술로 헌재 탄핵심판은 선고만 남게 됐다.

예상 선고일로는 내달 10일이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달 13일이 거론되고 있다. 박한철 전임 소장도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내달 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헌재 주변은 사안의 엄중함을 반영하듯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오전부터 박 대통령 지지세력 수십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 권한대행 등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50대 여성이 헌재 청사 내부를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헌재 주변에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200여 명의 경찰력이 배치됐고, 재판관들에게도 밀착 경호가 붙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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