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축복이다

금강일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효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임석원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다’를 온라인판을 통해 연재합니다. ☞본보 2017년 8월 9일자 10면 보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세대로, 임석원의 에세이는 그 시대에 태어나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겠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한 가지도 해 보지 못한 채 오직 가족만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한 남자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곁에서 묵묵히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준 아내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을 전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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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외로움은 축복이다

이 이야기는 내 나이 50이 훌쩍 넘어 해외 나가 일하면서 외로이 지내던 중 썼다. 아니, 너무나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면에 하소연함으로 펑펑 쏟아져 나온 글이다. 그냥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써졌다고나 할까?

나는 지리산 골짝 시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어머니는 가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돈 벌러 도시로 나가시고,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 도시로 전학을 하기까지 꼬박 3년을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며 외롭게 지냈다. 그 당시에 무슨 전화가 있었나? 외로움에 어머니한테 부치지도 못하는 편지를 썼다. 명절에 시골에 다니러 오신 어머니께서 부치지도 못한 내 편지를 보시고 “아이구, 내 새끼…….” 하시면서 나를 힘껏 안아 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청초하게 젊은 어머니의 상기된 얼굴 표정과 눈물 가득 고인 눈을 나는 기억한다. 외로움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우러나와 글이 되게 한다.

유명 작가들과 감히 비교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외로운 처지가 어쩌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외로움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가 세기의 명작 <레 미제라블>을 쓴 때도 프랑스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여 벨기에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외로운 시기였다. 40대 때 <레 미제라블>을 구상하였으나 제대로 못 쓰고 있다가 망명생활을 하기 시작한 50세부터 본격적으로 써서 60세에 발간하였다고 한다. 레프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의 양대 문호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도 30대에 4년 동안의 수형생활과 또 다른 4년 동안의 군대생활로 외로웠던 시기를 겪고 나서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비롯한 많은 명작을 쓸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짐작해 본다.

90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한 일본의 시인 시바타 도요를 보았다. 그녀는 99세에 시집 <약해지지 마>를 발간했다. 나도 용기를 내어 60이 넘어 이 책을 낸다. 나는 픽션 소설을 쓸 정도로 창작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그런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살아온 소박한 이야기를 썼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의 삶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삶이 기록되고 후세의 삶에 나름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이야기가, 미국 문화가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 잠식해 들어가던 1900년대 초반, 체로키 인디언 소년의 이야기를 쓴 포리스트 카트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같이, 우리 베이비붐 세대가 살아온 잔잔한 이야기 한 편이 되기를 소망한다. 또 1800년대 후반 유럽인들이 몰려가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고 강탈하던 때 수천 년 동안 뼛속 깊이 박힌 아프리카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무시당하고 그들의 삶이 피폐해지던 진상을 쓴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와 같이, 우리나라가 산업화되면서 우리 세대가 겪은 어설픈 삶의 면면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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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석원은...

1956년 지리산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대전고와 한남대를 졸업한 후 1980년 S그룹 S건설에 입사해 23년을 근무하면서 사우디·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8년간 생활했다. 2003년 영국 유통회사 B&Q 구매이사, 2004년 경남 S건설 서울사무소장으로 일했다. 2009년 H그룹 H건설에 입사해 리비아에서 자재·장비 구매업무를, 2011년 E그룹 E건설에 입사해 중국과 동남아 대외구매를 담당했고, 2013년에는 전북 J건설 소속으로 사우디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34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미군부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분당 판교지역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인생 후반기엔 ‘책 읽고 여행하고 글 쓰는 삶’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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