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초조, 환희와 절망, 그리고 이어진 긴 기다림, 이제 최후의 심판만을 남겨뒀다. 민선 6기 출범 직후 불거진 권선택 대전시장을 둘러싼 재판 이야기다. 권 시장의 명암이 엇갈릴 14일 대전시정에 더께처럼 내려앉은 찜찜한 기류도 소멸 또는 확장을 맞는다. 막다른 지점에서 ‘언제 하느냐’,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관심을 덧대온 관가 안팎은 되레 차분한 모양새다. 마치 익숙한 일상인 것처럼.

유·무죄 여부를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청 내부는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보였다.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시장 자신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선고 일정이 잡혔음에도 예정돼 있던 일정을 소화하는 등 흔들림 없는 시정을 펼치고 있는 만큼 시 내부적으로도 시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 [권선택 시장 대법원 판결] 14일 오전 10시 10분에 맞춰진 대전의 시계]

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한 권 시장의 대법원 선고는 14일 오전 10시 10분으로 예정돼 있다. 통상 2주 전 피고에게 통보해주지만 권 시장에게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진 것은 지난 9일 점심경이다. 임박한 통보는 대법원이 정치적 부담과 촉박한 내부 일정 때문에 다급히 이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재판을 맡은 대법원 3부의 대법관 4명 가운데 박보영 대법관이 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통보에도 대전시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권 시장 역시 지난 10일 추곡 수매 현장을 찾아 농민들을 격려했고 13일에는 민주당 대전시당과의 당정협의회를 예정대로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재판과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시정을 펼치겠다던 소회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권 시장의 측근은 “흔들림 없는 시정을 위해 예정됐던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것”이라며 “시장의 재판으로 시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게 (시장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관가 안팎에서는 유·무죄를 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 내부적으로는 무죄를 받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진하게 읽혔다.

한 공무원은 “유무죄를 공무원들이 예측하거나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시정의 연속성을 위해 시장이 무죄를 받아 시정이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지만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약간의 불안감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일정이 급작스럽게 잡힌 이유에 대해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를 두고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무원들은 할 일을 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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