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자율 존중, 옆집 형 같은 편안한 리더십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믿음 심어줘

한화이글스 선수단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1년 동안 꼴찌 5번을 포함해 최하위권만 맴돌았던 한화가 KBO리그 중심에 섰다.

한화의 전력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형 FA 영입도 없었고,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에 큰 손을 행사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두고 ‘올 시즌 포기했나’하고 걱정했을 정도다.

뚜껑을 열자 상황은 달라졌다. 외국인 선수들의 가성비는 갑(甲)이었다. '복덩이' 제라드 호잉과 투수 키버스 샘슨, 후반기에 영입된 데이비드 헤일까지 효자 노릇을 톡톡히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력의 전부라곤 절대할 수 없다. 국내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지와 열의가 대단했다. 거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우리는 이를 ‘한용덕 매직’이라고 부른다.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분위기’다.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한화의 레전드 한 감독이다. 조용하던 덕아웃을 띄웠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었다. 선수들은 감독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옆 집 형’ 같이 대했다. 한 감독은 우직하고 뚝심있게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수비 실책 시 박수를 치며 격려했고, 전 타석 삼진을 당해도 믿고 다음날 선발로 기용했다. 경기 도중 역전승을 거두면 만세를 부르는 등 열정으로 응답했다.

덕아웃을 편안하게 만드는 리더십,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능력과 뚝심이 한화 선수단을 변화시켰다.

한 감독은 30년 전 배팅볼 투수로 시작했다. 1987년 한밭야구장을 찾아 “배팅볼이라도 던지게 해달라”고 부탁하던 연습생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감독실의 주인이 됐다. 한 감독과 장종훈 타격코치는 모두 연습생 신화다. 배팅볼을 던지던 연습생에서 감독과 타격코치가 됐을 만큼 한화의 내부사정을 잘 알고,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있다.

‘한용덕 매직’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은 이미 확정한 상태. 한화 팬들에게 꿈에도 그리운 ‘V2’를 선사할 수 있을지 이제 시선은 플레이오프로 쏠리고 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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