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진출 확정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희로애락 함께한 팬심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언제부턴가 이 응원가가 메아리쳤다. 이기고 있든 터무니없이 지고 있든 응원가는 늘 팬들과 함께 했다. 그러나 아픈 기억이 더 많았다. 행복하다고 외치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희로애락을 함께한 팬심이 있었기에 오늘이 왔다.

올 시즌 한화이글스 팬들은 노랫말처럼 행복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다. 팬들의 끝 없는 가을 야구 염원이 이뤄지면서다. 역대 최장 기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화이글스가 11년 만에 암흑기에서 탈출한 그 순간 말이다. 

29일 현재 137경기를 치른 한화는 74승 63패(승률 0.540)로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가을야구 마진을 넘어섰다. 심지어 남은 7경기를 전패해도 한화의 가을야구를 빼앗지 못한다. 언제 누려본 호사이던가. 지금 바람이 있다면 리그 3위 수성이다.

한화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더 이상 왕좌를 차지하지 못했다. 200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이듬해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것도 ‘괴물 신인 투수’ 류현진(현 LA 다저스)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을 때다. 그 이후 꼴찌를 밥 먹듯 하며 끝없이 추락했다. 지난 10년간 최하위만 5차례. 꼴찌를 벗어나기 위해 온갖 처방전을 내놨지만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화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전 감독(현 KBO 총재 특보)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뒤부터 한화의 암흑기는 시작됐다. 야왕이라 불리며 한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대화 감독도, ‘우승 청부사’인 김응룡 감독도 2013시즌과 2014시즌을 모두 ‘리그 최하위(9위)’로 마치면서 체면만 구겼다. 이후 한화는 팬들이 ‘꼭 모셔와달라’고 요청했던 ‘야신’ 김성근 감독을 선택했다. SK와이번스의 왕조시대를 열었던 김 감독도 결국 부진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화는 최근 몇년 동안 외국인 선수와 즉시 전력감 선수를 영입하는 데 1000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이 역시 약발이 먹히질 않았다. 그 기간 동안 2015년 시즌 6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초라했다.

모진 세월을 견디는 동안 한화는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다. 한화와의 경기를 앞두고 ‘스윕승(3연승)을 거두러 간다’, ‘경기전 연습배팅과 연습투구를 하지 않아도 한화는 이긴다’, ‘경기전날 술을 마셔도 한화는 이긴다’라는 자존심 뭉개지는 소리가 타 팀 선수들 사이에서 나돌 정도였다.

그런 한화가 올 시즌 달라졌다. 전처럼 자금을 투자하지도 않았다. 선발 원투펀치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 데이비드 헤일, 복덩이 제라도 호잉 등 외국인 선수 영입에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돈을 들였다.

어찌 보면 마음을 비우고 원팀으로 거듭난 것이 11년 악몽을 걷어낸 비결일지 모른다, 여기에 ‘춘향이 뺨치는’ 팬심이 큰 몫을 했다. 구단 최초로 70만 관중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매진사례만 18회로, 2016시즌 19회, 2015시즌 21번의 매진 기록도 곧 돌파할 것을 보인다.

이중화 CMB야구 해설위원은 “한화이글스에 몸담았던 야구 선배로서 기쁘고 흥분된다. 매직넘버를 셀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팬들의 성원과 프런트의 지원, 한용덕 감독의 뚝심 리더십이 잘 어우러져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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