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6-8-9-9-6-7-8’.

한화이글스의 지난 10년 성적표다. 처참한 순위다. 8개 구단 체제일 때도 최하위, 2013년 NC 다이노스가 신생팀으로 창단했을 때도 꼴찌였다. 지난 10년간 최하위를 5번이나 기록했고, 한화에게 가을야구는 그림의 떡이었다. 가장 오랜기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구단이라는 멍에까지 썼다.

이전의 한화는 리그 최강이었다. 1998년 7위에서 1999년 우승팀으로 거듭났다. 그 사이 오르락내리락하긴 했지만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한 차례의 우승과 6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한화다.

이후 나락으로 떨어진 한화는 2013시즌에는 구단을 해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듣는 처지가 됐다. 개막 13연패로 ‘개막 최다연패’ 기록을 새로 썼고, 절치부심한다는 의미로 주장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은 삭발을 강행하고, 눈썹까지 밀어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수비는 허술하고, 마운드는 불안했고, 타선은 무기력했다. 그렇게 한화는 ‘꼴찌의 상징’이 돼버렸다.

‘Break The Frame(판을 흔들어라)’. 한화의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가 현실이 됐다. 한화는 판을 제대로 흔들고 있다.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 올 시즌 제대로 판을 흔들고 있다.

만년 꼴찌, 최하위를 맴돌던 한화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즌 초반 18경기에서 10승 8패를 거뒀다. 10패보다 10승 고지를 먼저 밟았는데 10패 전 10승을 먼저 거둔 것도 10년 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1일 한화는 70승 고지를 밟았다. 유일한 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는 1999년 이후 무려 19년 만이다. 이후 한화는 단 한 번도 70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화의 70승이 갖는 의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는 거다. 한화는 한동안 FA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다. 그간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인 이용규와 정근우 등 타선은 물론, 배영수, 권혁, 정우람 등 베테랑 투수도 FA로 데려왔다.

한용덕 감독이 부임한 이후 폭풍영입은커녕 고령의 선수들과 작별하며 리빌딩을 시작했다. 경험 많은 고참 선수들을 매몰찰 정도로 내보낸 한화는 신인급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이 때문에 가을야구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제 한화는 가을 DNA를 장착해야 한다. 한화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선수는 김태균과 송창식, 안영명 등 3명뿐이다. 물론 이용규와 정근우, 정우람, 송은범, 권혁 등 KIA와 SK, 삼성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오래전의 일이다. 오늘도 한화는 리그의 중심에 서 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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