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필요성 담은 연구보고서 발간
市 “해당 사업 연계 검토할 수 있다”

지난해 대전시가 공개한 '을유해방기념비'의 옛 모습이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사라지기 전 대전역을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 속 해방비는 대전역 광장 중앙 높은 기단 위에 세워져 있으며, 좌우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쌍의 석상이 배치돼 있다. 주변에는 원형 석조 경계석도 설치돼 있다. 대전시 제공
지난해 대전시가 공개한 '을유해방기념비'의 옛 모습이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사라지기 전 대전역을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 속 해방비는 대전역 광장 중앙 높은 기단 위에 세워져 있으며, 좌우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쌍의 석상이 배치돼 있다. 주변에는 원형 석조 경계석도 설치돼 있다. 대전시 제공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지난 1971년 본래 자리였던 대전역을 떠나 보문산으로 밀려난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오랜 세월 지자체와 시민의 기억 속에 잊힌 존재로 전락했던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논의가 건립 75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다. <본보 3월 16일자 1면 등 보도>

  [을유해방기념비 제자리 찾기]  
1. 산으로 쫓겨난 해방 유산
2. 건립 75주년인데 이러다 잊힐라
3. 이전에 힘 보태는 학생들
[사설]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역 제자리 찾아가야
[사설]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역 제자리 찾기 서둘러라

1952년 대전역 모습. 육군이 지난 2018년 공개한 1950년대 컬러사진 239장 중 한 장. 역 앞의 을유해방기념비와 양쪽의 해태상이 대전역임을 말해준다. 이 사진은 6·25전쟁 당시 미군으로 참전한 토마스 상사(1910∼1988년)가 당시 한국의 생활상을 35㎜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육군 제공
1952년 대전역 모습. 육군이 지난 2018년 공개한 1950년대 컬러사진 239장 중 한 장. 역 앞의 을유해방기념비와 양쪽의 해태상이 대전역임을 말해준다. 이 사진은 6·25전쟁 당시 미군으로 참전한 토마스 상사(1910∼1988년)가 당시 한국의 생활상을 35㎜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육군 제공

대전세종연구원은 최근 대전시가 추진하는 대전역 서광장 재창조 사업과 관련한 ‘대전역 서광장의 기능회복 연구’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시가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보고서에서 연구원은 대전역 서광장을 시민광장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올해 건립 75주년, 보문산으로 옮겨진 지 햇수로 50년 된 을유해방기념비 이전 필요성을 고찰한 내용이 함께 담겼다. 대전역 광장이 시민과 함께한 공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장소인 점을 감안해 1946년 세워진 을유해방기념비를 본래 자리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이를 되새기자는 게 골자다. 연구에 참여한 양승희 책임연구위원은 “물론 현재 대전역 광장이 시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풀어야 할 현안이 많지만 상징적 공간으로 작용하려면 을유해방기념비를 원래 서 있던 대전역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시기가 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전역에 세워졌으나 보문산으로 옮겨간 을유해방기념비. 독자 제공
대전역에 세워졌으나 보문산으로 옮겨간 을유해방기념비. 독자 제공

이제 시선은 시의 판단에 쏠리고 있다. 앞서 시는 을유해방기념비 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남아있는 자료로는 을유해방기념비가 서 있었던 실제 위치를 고증하기 어렵고, 교통량이 많은 대전역으로 옮겼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화재 보존의 한계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미 보문산에 터를 잡은 지 반세기가 넘은 상태라 이곳에서 을유해방기념비가 일정한 역사성·장소성을 획득하고 있는 점도 시가 이전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대전역 서광장 재창조를 위한 사업의 밑그림이 나오며 시의 입장은 과거와는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보문산에 그대로 둔다’에 멈춰 있던 것이 ‘이전을 검토해 볼 수 있다’로 달라지면서다. 시 관계자는 “대전역 서광장 재창조 사업 계획은 기본적인 밑그림이 나온 것일 뿐, 아직 실행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아 있어서 을유해방기념비를 명확하게 이전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지금까지 이전 얘기들이 나올 때와는 상황이 바뀐 만큼 해당 사업과 관련해서 면밀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본보 보도 기획시리즈 (지면을 누르면 해당기사로 연결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