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5일=아직 내 또래 어머니에 비하면 우리 어머니는 많이 젊으시지만 확실히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먹고 싶다는 음식을 자주 얘기하신다. 자식들 키우려 돈 아끼느라 못먹었던 음식을 요즘은 여유가 있으신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뭘 사달라고 하신다.당연히 사드려야하는 마음인데 그다지 비싼 음식을 말씀하시지 않는다. 오늘도 출근 전에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좀 비싼 거 드시라 했는데도 짜장면이면 충분하다고 하셨다. 단, 진짜 맛있는 짜장면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진짜 맛있게 먹은 짜장면이 뭐였냐고 묻
▲2019년 4월 4일=부서원을 모두 데리고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다. 상대 쪽에서 먹고 싶냐는 음식을 묻길래 부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단연코 소고기라고 했다.개인적으로 소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대부분의 메뉴는 돼지고기, 아니면 회였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 역시 이해한다. 남이 사준다고 하면 누군들 소고기를 선호할 것이다. 이번에도 소고기를 안먹는다고 하면 봉기라도 일으킬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연락해 부원들이 소고기가 먹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소고기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2019년 4월 3일=회사 뒤편에 기가 막힌 초밥집이 생겼단다. 사실 초밥, 회 이런 거 별로 안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입맛이 변하더니 날생선이 입에 잘 맞기 시작했다.초밥을 배부르게 먹으려면 비싸니까 누가 사주는 거 아니면 초밥뷔페로 갔는데 세트메뉴나 특선으로 먹으면 좀 저렴할 것 같다. 무엇보다 작은 우동이 딸려 나오는데 이게 리필이 가능하다네. 초밥으로 입을 돋운 다음에 우동으로 배를 채우면 될 것 같다.
▲2019년 4월 2일=오랜만에 보는 선배가 저녁을 산다고 했다. 맛있는 걸 사줄테니 알아서 고르라고 했다.좀 비싼 걸 먹어볼까 했는데 기껏 생각해봐야 소고기, 회 밖에 없더라. 그렇다면 조금 특이한 걸 먹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약속장소 근처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닭숯불구이가 있다. 아무래도 닭가슴살을 숯불에 구워먹는 건가 보다. 사진을 보니 양념도 돼있어 나름 별미인 것 같다. 내 돈 내는 것도 아니니까 비쌌으면 좋겠다.
▲2019년 4월 1일=친한 동생이 갑자기 전화오더니 “저 결혼해요”라고 했다. ‘만우절 거짓말도 점점 도를 지나치네’라고 생각했는데 곧바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 거짓말을 하려고 별 걸 다 만드는구나 했는데 바로 저녁을 먹자고 하더라. 진짜인가보다.이녀석이 조금 못생겨서 늦게 결혼할 줄 알았는데 제법 빨리하게 돼 놀랐다. 집에 돈 좀 있는 녀석이니 빨리 하는 게 이상하지도 않겠구나. 결혼할 때 되면 국수를 먹인다는데 술 마시느니 간단히 국수나 먹고 커피나 한 잔 하는 게 나을 듯 싶다.또 돈 나가게 생겼네….
▲2019년 3월 28일=갑자기 찾아온 요통 때문에 점심을 대충 먹었다. 배가 고프긴 한데 입맛은 딱히 없다. 그냥 뜨끈한 사우나에 몸을 푹 지지고 뜨거운 욕탕에 들어가 몸이나 불리고 싶다.남자한텐 허리가 중요한데 벌써부터 아프면 안된다. 결혼도 아직 안했는데 몸에 하자 있으면 누가 데려갈고 싶을까.정시 퇴근하고 오랜만에 목욕탕이나 갈 생각이다. 그래도 건강을 챙기는 가장 첫 단계는 잘 먹는 것이니 뭐라도 먹어햐 하는데 잘 먹을 수 있을까. 우선 사우나에서 나온 다음에 바나나우유 먹으면서 입맛이 돌아오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2019년 3월 27일=회사의 좋은 점은 계약한 식당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 업무가 남아 저녁에도 일을 해야하는데 한식뷔페가 새롭게 계약했다. 소문으론 남자의 음식 제육볶음과 돈가스가 상시 대기 중이라고. 솔직히 제육볶음과 돈가스 싫어하는 남자가 어딨을까?여기에 여심저격을 위한 떡볶이와 샐러드도 있단다.회사에서 밥먹을 때 분식 아니면 국밥이었는데 복지가 참 좋아졌다. 저녁은 이걸로 정했다.
▲2019년 3월 26일=타 부서의 만찬에 어찌저찌 초대됐다. 그래서 메뉴 선택권은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소고기를 먹는다고 하더라. 그것도 생으로.인간이 맨몸으로 동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불이다. 불을 통해 그들 스스로를 지켰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최상위포식자가 아니라 먹이사슬에서 가장 밑에 위치했을 것이다.그리고 불은 음식을 맛있게 해준다. 먹는 재미를 포기하고 날 것을 먹겠다고 하는 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회귀를 원한단 뜻으로 난 해석한다.그렇게 깊은 나만의 신념이 있기에 만찬에 가지 않을까도 했지만 그러기엔
▲2019년 3월 25일=평소에 일을 핑계로 요리를 등한시 하셨던 어머니가 간혹 요리에 열정을 태우는 날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버지가 전자오븐을 사주셨을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땐 정말 요리학원까지 다니며 제빵이란 기술을 섭렵했다. 두 번째엔 어버이날 기념으로 냉장고를 사주셨을 때다. 그 때는 진짜 냉장고에 엄청난 재료가 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엔 김치냉장고를 사드렸을 때다. 김장이라곤 평생 하신 적 없으신 분이 갑자기 김장을 해야겠다고 하셨고 가족은 갑자기 생긴 일로 며칠을 앓아 누웠다.최근엔 뭘 사드린 적은 없지
▲2019년 3월 21일=저녁을 먹는 걸 기록하다보니 느끼는 게 있다. 메뉴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뭔가 식상했다.그래서 오늘 저녁은 옆 부서 식사자리에 따라가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쌈밥이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남자라면 고기반찬이 있어야 먹고 힘내는데 쌈밥이라….그래도 메뉴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 조용히 외투를 입고 따라간다.
▲2019년 3월 20일=어제 마신 술로 숙취가 있을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도 평소 컨디션과 비교하면 조금 안 좋긴 하지만 나름 버틸만하다. 하지만 쏟아지는 졸음은 어쩔 수 없다.일을 하다 잠깐 졸았는데 벌써 일이 마무리됐다. 이상한 시기에 필름이 끊긴 것이다. 뇌가 아직 술을 덜 깬 것 같다.저녁엔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 라면 한 사발 때리고 일찍 발 닦고 잠이나 잘란다.
▲2019년 3월 19일=2주 전 음주 때문에 제대로 컨디션이 망가진 뒤 회복하는데 오래 걸렸다. 한살 더 먹으니 간 회복이 좀처럼 더뎠는데 이제야 100%를 되찾았다.이럴 때 날도 풀렸고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산책이라도 해야 하는데 정신을 못차렸는지 또 술 마시러 가기로 했다. 약속은 그냥 반주로 하기로 했는데 막상 술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속을 보호하고자 기름진 고기로 먹자고 했는데 선택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2019년 3월 18일=어머니는 소싯적 요리 좀 하셨다. 막내를 임신하셨을 때 취미로 요리학원을 다니셨고 이 덕분인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간혹 엄청 맛있는 요리를 하실 때가 있다. 기본은 갖춘 것이다. 그러나 바쁘셔서 그런지 기복도 있으시다. 기본과 기복이 공존하는 셈이다.이게 약간 복불복인 게 어떤 날은 배가 불러도 정말 공기밥 세 그릇도 뚝딱할 정도인데 어떤 날은 배가 고파도 반 그릇도 못 먹을 때가 있다.최근의 요리가 그렇다. 정말 배고팠는데도 많이 먹질 못했다. 직접 두부를 으깨 동그랑땡을 밎었는데 소금간이 너무 심하게 됐
▲3월 14일=화이트데이라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 결국 마카롱을 샀다. 그리고 오늘 저녁 마카롱과 함께 줄 손편지를 썼는데 갑자기 지인이 전화를 해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바로 거절의 뜻을 말하려 했으나 법인카드를 가져갈 수 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콜을 외쳤다.전화를 끝내고 나서 갑자기 여자친구가 생각났다. 거짓말을 둘러대 약속을 미루려고 했지만 어설픈 거짓말은 티가 날 것 같아 솔직히 얘기했다. 통화음이 울리는 동안 목소리를 다듬었다. 그리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약속 못 갈 것 같아.”그녀는 조금 화가 난
▲2019년 3월 13일=최근 생일 때 지인으로부터 뷔페 상품권을 받았다. 뷔페가 이것저것 많이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데 자주 가긴 어렵다. 워낙 비싸니 그저 지인 결혼식에서 먹는 것 말고는 1년에 한 번 가기도 힘들다. 그래도 맛난 것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오늘 동기녀석이 명언이라면서 “진정한 돼지는 아침, 점심 저녁 끼니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는 망언을 뱉었는데 뷔페 먹을 생각하니까 설렌다. 난 아무래도 돼지인가보다.
▲2019년 3월 12일=어머니는 충남의 어느 작은 군 단위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오지로 유명아닌 유명한 곳으로 특히나 바다가 걸어서 20초 거리다. 물론 외할머니가 별세하시고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갈 일이 거의 없다. 어머니도 사회생활을 하시며 워낙 일에 치이다 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셨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어느날 어머니는 간장게장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하셔서 간장게장을 주문한 적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간장게장을 좋아하진 않는다. 밥도둑이라고들 하는데 먹기 불편
▲3월 11일=요근래 일요일에도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의적이라고 하면 진짜 정신나간 놈이고….신기하게 일요일 출근을 하니 월요병이 사라졌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날 때 예전처럼 짜증이 나지 않는다. 오늘 당직인데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저녁도 적당히 좋은 걸 먹으면 될 것같다.그래도 첫 주의 시작인데 조금 좋은 걸 먹고 싶어 나름 근처를 검색해보니 조금 비싸지만 괜찮은 메뉴가 있더라. 소불고기샤브샤브인데 짭조름하고 달콤한 간장이 주 원료여서 밥 한 공기는 금방 뚝딱할 것 같다. 맛난 저녁과 적절한 몸 상태의 교집합이
▲2019년 3월 7일=지금의 이 시리즈의 사진은 세 부류로 나뉜다. 직접 찍은 사진, 합당한 사용료를 통해 구입한 사진, 그리고 직원이 직접 찍어 공수하는 사진. 사진을 공수하는 친구는 여느 젊은 아이들처럼 음식을 먹기 전 꼭 사진을 찍는다. 언제 한 번 같이 식사를 할 때 음식 사진을 찍길래 “찍은 사진을 나중에 쓰긴하냐”고 묻자 “그냥 찍는 것”이라고 했다.영화 신세계의 최민식이 이정재한테 했던 것처럼 “너 나랑 일 하나 같이하자”고 말했고 지금의 시리즈가 탄생했다. 그리고 똑바로 일을 하란 의미로 팀 내 ‘차장’이란 직함을
▲2019년 3월 6일=부서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다보니 이젠 부서원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통의 첫걸음으로 나의 소신을 하나 없앴다.원래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회식에서 소고기는 굉장히 지양했으나 소고기를 선호하는 부서원이 많아 앞으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라는 말에 직접 소고기를 먹겠다고 했다. 후배들은 소고기를 먹어도 괜찮겠냐고 묻는데 그저 씩 웃었다.스파이더맨에서 주인공의 삼촌인 벤의 명대사가 갑자기 떠오른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뒤따른다.”
▲2019년 3월 5일=죽음의 일정이 시작됐다. 오늘을 시작으로 목요일까지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셔야 한다.약속을 잡을 때 호기롭게 YES를 외쳤는데 막상 결전의 당일이 오니 조금 무섭다. 20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점심과 저녁 하루에 두 번 술 마시는 걸 3일 동안 해도 끄떡없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가뜩이나 술로부터 위를 보호해야하는데 기름진 안주가 아니라 회를 먹어야 한다. 3일 연속 전투에서 스타트를 잘못 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