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사들의 시공능력평가제도를 대폭 손보겠다고 나섰다. 철근 누락에 빗대 ‘순살 아파트’로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등의 부실시공이 잇따르자 안전 및 품질 평가를 강화하고 덧붙여 벌점 등 페널티를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이다. 의지는 가상하지만, 업계 특히, 브랜드를 등에 업은 대기업들이 금과옥조로 삼을지는 의문이다.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강력한 페널티로 본때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들의 시공능력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점수 비중에서 경영평가는 낮아지고 신인도평가는 높아졌다는 게 눈에 띄는 변화다. 건설 현장 안전사고와 ESG 경영 중요성 등을 고려해 신인도평가의 상·하한을 현행 실적평가액의 ±30%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부실 벌점·사망사고 만인율(근로자 1만 명 당 산재 사망자 수) 평가항목의 감점 폭을 -­1∼­-3%에서 최대 ­-9%로 확대했다.

이처럼 평가 잣대를 수선하는 것은 공동주택 하자 여부 심사를 가장 많이 받은 업체 가운데 국토부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권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기인한다. 국토부의 시공능력평가는 곧 공공·민간공사에서 발주처가 업체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되는 일종의 보증인 셈인데 평가 상위 업체들이 하자 저울에 오르내리는 상황은 실제 시공 품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건네받은 ‘2019∼2023년 건설사별 공동주택 하자 판정 현황’을 보면 DL건설 899건, GS건설 678건, 중흥토건 626건, HDC현대산업개발 444건, 두산건설 403건, 대우건설 374건 등 순이다. 비판은 하자 판정 상위 15개 업체 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다수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 내에 포진해 있다는 지점에서 제기된다.

물론 하자 판정이 실제 하자가 발생했다는 법적 결론이 난 건 아니라 건설사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 터다. 그러나 심사 접수 건수 자체가 많다는 건 따져볼 문제다. GS건설과 중흥토건, HDC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이다. 하자 수 기준으로 GS건설 3141건, 중흥토건 2167건, HDC현대산업개발 1955건이나 된다니 일일이 대응하기도 벅차지 않을까 싶으면서 법을 고치는 정부의 수고가 이해된다.

대중은 대기업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브랜드의 힘이다. 그렇다고 ‘묻지마’로 자만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가랑비에도 옷은 젖고 집값이 중요해도 하자에 관대하긴 어렵다. 정부는 시공능력평가 개선에서 나아가 상습 부실=도태에 이르는 지름길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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