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다고 했다. 2025년의 새 해가 뜬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분기가 지났다. 조금만 더 인내하면 평일과 주말 내내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이 온다. 특히 올해는 한화이글스가 강팀으로 변모하기 위해 단행한 리빌딩의 목표 해다. 류현진이 돌아왔고 FA선수로 부족한 포지션을 메웠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를 맛보지 못했지만 분명 팀은 그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각별하다. 과연 한화이글스가 가을야구 즉,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한화팬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제는 웬만한 팬들도 알겠지만 ‘우승’이란 환희를 만끽한 것도 벌써 25년이 넘었다. 우리 어린 독수리들에게 우승은 오랜 기록에서나 확인할 수밖에 없을 만큼의 시간이다. 구장도 새 구장이다. 류현진이 건재할 때 해야한다. 이젠 정말로 한 번 할 때가 왔다.

류현진. 한화이글스 제공
류현진. 한화이글스 제공

 

선발투수진 든든, 마무리 주현상 지난해 활약 이어가야... 내야는 치열한 경쟁, 외야는 새얼굴 찾아야

◆그리운 1999년 독수리군단

1999년은 단일리그가 아닌 양대리그로 진행됐다. 매직리그에는 전년도 우승팀인 현대와 해태, 롯데, 두산이, 드림리그에는 LG, 삼성, 쌍방울, 한화가 자리했다.

당시 야구 전문가들은 “전력상 4위도 어렵다”며 암울한 예측을 내놨지만 그해 한화는 강했다.

외국인 타자 듀오 데이비스와 로마이어가 75홈런, 215타점을 합작했고 정민철, 송진우, 이상목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47승을, 대성불패 구대성은 26세이브를 올리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상대팀과 지금의 상대팀 전력에 차이가 있는 등 단순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중심타선에서 확실히 득점을 거뒀고 선발부터 마무리로 이어지는 탄탄한 마운드가 우승의 조건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든든한 선발, 주현상 지난해 활약 이어간다면

야구에는 여러 명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그만큼 투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포스트시즌 즉, 단기전에는 탄탄한 투수진이 더더욱 중요하다. 한화가 우승한 1999년 당시 정민철-송진우-이상목으로 이어지는 1, 2, 3선발은 어느 팀에도 부럽지 않았다.

정민철이 18승 8패 방어율 3.75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이어 송진우가 15승 5패 4.00, 이상목 14승 8패 4.29를 기록했다. 이들 3명이 거둔 승수는 무려 47승. 이는 그해 한화가 챙긴 승수(72승)의 65.28%에 해당한다.

이후 한화는 외국인 투수 농사에도 실패했고 류현진마저 미국으로 떠나면서 이렇다할 선발투수를 배출해 내지 못했다.

매해 타팀의 외국인 투수를 보며 부러워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17일 현재 폰세는 2경기 2승 9이닝 평균자책점 제로다. 와이스도 지난해 16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준수했고 올 시범경기도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0.93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류현진, 엄상백, 문동주까지 5선발 모두 든든하다.

류현진은 KBO 통산 218경기 108승 60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10승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상백은 2015년 kt wiz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지난해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한 시즌 최다인 156⅔이닝을 던졌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흔들렸지만 두 번째 경기에선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문동주는 첫 실전부터 159㎞ 직구를 던지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4월 복귀가 예상되지만 자리를 메울 투수는 많다. 부상에서 돌아온 김민우에 더해 황준수, 정우주 등 신인선수들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99년 선발 뒤에는 대성불패 구대성(8승 9패 26세이브 3.09)이 버텼다.

지난해 주현상이 마무리로 나와 8승 4패 23세이브 2.65를 기록했다. 주현상이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더할나이 없다. 여기에 김서현의 활약도 기대되며, 박상원, 김범수, 한승혁 등 나머지 불펜요원도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외야수 새얼굴 찾기

한화의 외국인 타자는 제몫을 해왔다. 지난해 페라자는 122경기 타율 0.275, 24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플로리얼을 영입했다. 플로리얼은 우투좌타 외야수로 탄탄한 피지컬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2015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 후 톱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며 2020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뒤 2024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이적했다.

메이저리그 5시즌 통산 84경기에 출장해 타율 0.192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9시즌 통산 타율 0.265, 111홈런, 415타점, 출루율 0.352, 장타율 0.456, OPS 0.808을 기록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8경기 .400 2타점으로 나쁘지 않다.

센터라인인 중견수를 맡으면서 노시환, 채은성과 함께 중심타선에 배치될 공산이 크다.

채은성은 베테랑이다. 통산 0.290, 139홈런 762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4경기 0.271, 20홈런 80타점으로 중심타선 역할을 했다.

노시환도 지난해 136경기 0.272, 24홈런 89타점을 기록, 최소한 지난해만큼 활약만 해준다면 한화의 중심타선은 큰 걱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외야수다. 그나마 지난해 활약한 장진혁이 KT로 이적했다. 좌우 코너 외야수를 찾아야 한다. 일단 김태연이 가장 앞서있다. 김태연이 시범경기지만 새구장 첫 홈런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126경기 0.291, 12홈런 61타점으로 좋았다. 올해 시범경기도 타율 0.400을 기록했다.

나머지 한자리는 임종찬, 최인호, 이진영, 이원석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확실한 주전이 나와야한다. 내야는 노시환(3루수), 심우준(유격수), 안치홍(2루수), 채은성(1루수) 주전에 하주석, 문현빈, 황영묵, 이도윤 등 각 포지션별로 경쟁이 치열하다. 헐거운 외야가 변수다. 여기에 새얼굴 폰트와 플로리얼의 활약 역시 변수다. 이들 활약에 한 시즌 내내 외야가 단단하게 돌아간다면, 변수가 상수가 된다면, 가을야구가 꿈이 아닐 수 있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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