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의 재발견] 원점회귀 코스 ①

대청호, 그 너른 품 안에서 다시 휴식을 청한다. 금강, 그 생명의 물줄기도 잠시 쉬어가는 그곳에서 온갖 시름을 내려놓고 평온의 시간을 갖는다. 대청호는 이런 힐링의 욕구, 구원의 손길을 거절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고통과 번뇌를 다 받아주고 원하는 만큼 다 내어준다. 얼마만큼 비워내고 또 얼마만큼 채워갈 것인지는 온전히 이곳에 발길을 내디딘 자의 몫이다. 대청호 호반을 따라 이어진 길 위에서 ‘대청호오백리길 사용설명서’의 또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다.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대청호오백리길 원점회귀 구간을 집중적으로 돌아보고 대전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대청호를 연결하는 다양한 트레킹 루트를 소개한다.

[대청호의 재발견] 원점회귀 코스 ①

1구간+21구간 : 대청댐부터 대청댐까지

대청댐→비밀의숲→지명산(지락정)→대청정→로하스캠핑장→로하스해피로드→대청댐

 

#. 대청호오백리길의 진화

대청호오백리길은 말 그대로 대청호 호반길을 연결한 걷기 좋은 길이다. 약 250㎞에 달하는 이 길은 때론 산으로, 때론 호숫가로, 때론 데크길로 이어져 있다. 공식적으로 21개 구간으로 구분되는데 대전 대덕구와 동구, 충북 청주·옥천·보은의 경계를 넘나든다. 대청호오백리길은 구간마다 특별한 매력을 품고 있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21개 모든 구간을 섭렵한다는 것은 ‘특별한 도전’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적어도 대청호의 모든 것이 아니라 잠시의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대청호의 보석 같은 매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청호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길이 필요해졌는데 그게 바로 원점회귀 코스다. 이는 그만큼 대청호오백리길이 연결에 연결을 더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트레킹 코스 콘텐츠의 다양화는 대청호 사용설명서가 더 풍성해졌음을 의미한다. 더 많은 사람이 보다 쉽게, 각자의 요구에 맞게 대청호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거다.

#.  새로운 여정의 시작

대청호오백리길 트레킹은 늘 설렘으로 시작해 또 다른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무리된다. 늘 그곳에 있지만 항상 새롭고 색다른 모습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은 1구간과 21구간의 조합이다. 대청댐 물문화관 앞에서 출발해 지명산을 돌아 로하스캠핑장을 경유한 뒤 21구간 해피로드를 통해 되돌아오는 코스다. 코스 길이는 약 10㎞. 유유자적 경치 감상하며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약 4시간이면 충분하다. 산행 초보자에겐 초반 고갯길과 해발 약 150m 정도의 지명산을 오르는 길이 약간 고되지만 나머지 구간은 평탄하다. 지명산 하산길 역시 가파르니 이 점만 유의하면 된다.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시작지점에서 첫발을 뗀다. 대청댐물문화관에서 잠시 추억 돋는 수몰 전 옛 사진들을 감상한 뒤 심호흡 한 번 가다듬고 상쾌하게 출발한다. 산행의 경우 늘 그렇듯 처음 출발시점에선 다리가 천근만근이지만 확 트인 조망이 터지는 순간부턴 이내 트레킹에 최적화되도록 신체리듬이 돌아온다. 이 구간에선 출발 후 약 1.5㎞ 지점부터 호수 조망이 펼쳐지는데 이때부터 호수 건너편 청남대를 조망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등산동호인들이 나무에 걸어놓은 형형색색의 리본을 나침반 삼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씩 조금씩 높은 곳으로 향할 때마다 대청호는 깊숙이 숨겨놓은 속살을 하나씩 하나씩 드러내고 숫고개를 지나갈 무렵엔 더욱더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대청호의 매력에 빠져 산책같은 산행을 약 50분 정도 하면 로하스캠핑장 인근 ‘비밀의 숲’에 도달한다. 성인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로 나무 한 그루가 누워 있는데 2020년 기록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뿌리가 반쯤 뽑힌 상태로 쓰러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한숨 돌리면 이제 지명산 오르는 길에 접어든다. 15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지락정’이라는 정자가 이곳이 지명산의 정상임을 말해준다. 산 동쪽 기슭에 ‘지명’이라는 마을이 있어 지명산으로 명명됐는데 지락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에서 곧장 로하스캠핑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지만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조망포인트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산을 ‘빙∼’ 둘러 우회한다. 내리막길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길에 쌓인 낙엽 때문에 미끄러워 약간 힘이 들지만 이 조망포인트 위에 서면 모든 피로가 싹 가신다. ‘와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대청정’이라는 정자에 도달하는데 이곳 역시 가슴 한구석 꽉 막힌 근심과 답답함을 털어낼 수 있는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 1구간의 킬러 콘텐츠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원점회귀 코스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이곳에 캠핑장이 있기 때문이다. 대청댐 보조여수로 건설사업과 맞물려 2015년 개장한 캠핑장인데 오토캠핑장 40면과 글램핑장 10면, 각종 편의시설들이 배치돼 있다. 휴양문화의 대세로 자리 잡은 캠핑과 트레킹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박2일 여행계획을 세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캠핑을 즐긴 뒤 다음날 ‘비밀의 숲’이나 대청정으로 산책을 하면 좋을 듯하다. 좀 더 넓게 보면 대청댐 바로 밑에 조성된 금강로하스 대청공원도 연계 관광의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

 

#. 여정의 마무리, 해피로드

로하스캠핑장을 끼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대청호오백리길 21구간과 만나는데 이름하여 해피로드다. 이번 여정의 종착점이 될 금강로하스 대청공원까지 약 2.5㎞ 구간이 데크길로 잘 정비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곳곳에 쉼터들이 조성돼 있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아기자기한 공원 시설물들이 지금도 계속 보강되면서 수변공원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또 이 길을 따라 카페와 식당들도 새단장을 하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된 모습이 더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차철호·김동직 기자

 

■ 대청호반 따라 500리
 

대청호는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됐다. 대청댐은 대청댐의 양 끝은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과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이다. 대청댐은 1977년 1월 8일 착공이 이뤄진 뒤 1980년 11월 30일 준공됐다. 자세한 내용은 대청댐물문화관 앞에 세워진 준공기념탑에 새겨져 있는데 기념탑 뒷면에 대청댐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내력도 적혀 있다. 대전과 청주의 중간에 위치했다 하여 그 머릿글자를 따서 ‘대청’이라 명명했고 준공 당시 댐이 위치한 대덕군과 청원군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다.

대청댐 인근엔 2014년 대청댐 보조여수로도 조성됐다. 방류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인데 이 보조여수로가 건설되면서 로하스캠핑장도 함께 마련됐다.

이렇게 조성된 대청호는 저수면적 72.8㎢, 수로연장 80㎞, 저수량 15억톤 규모로 거듭났다.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전북 장수군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이 이곳 대청호에 잠시 머물렀다 대청댐을 통해 다시 서해로 뻗어나간다.

대청호오백리길은 말 그대로 대청호반을 따라 이뤄진 길이다. 대전·충청권 녹색생태관광사업이 2010년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그 일환으로 대청호오백리길 연결 사업이 시작됐다.

대청호반의 또 다른 명소인 청남대는 1983년에 완공됐다.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관 좋은 이곳에 별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극비리에 건립이 추진됐다. 처음 이름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봄날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은 영춘재(迎春齋)였는데 1986년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의 청남대(靑南臺)로 개명됐고 2003년 관리주체가 충북도로 이양됐다. 184만 4843㎡(약 56만평) 부지에 본관을 비롯해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초가정 등의 시설이 배치돼 있다. 또 이곳에 직접 방문한 대통령의 경우 그 대통령의 이름을 딴 길이 마련돼 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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