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원점회귀 코스④

  대청호 벚꽃, 흥진마을 그리고 방축골      

      몽환적인 벚꽃터널의 유혹
         발길마다 봄날의 안빈낙도
            호수에 투명풍경을 풀었다
               오감 적시는 행복바이러스
                  대청호 힐링마법에 빠지다 

바야흐로 봄이다. 형형색색 봄꽃들이 힘든 겨울을 이겨내고 온 산야를 수놓고 있다. 봄의 하이라이트, 벚꽃도 만개했다. 봄이 반가운 건 대청호오백리길도 마찬가지다. 황량했던 겨울색을 벗고 알록달록 화려한 봄의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마스크를 벗고 대청호오백리길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오랜만이다. 4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잘 버텨 다시 일상의 회복을 맞이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건 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기후위기의 시대, 계절은 봄의 문턱을 넘자마자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청호의 재발견] 대청호오백리길 원점회귀 코스

① 물과 뭍의 경계, 우린 여기서 신선이 된다
대청댐→비밀의숲→지명산(지락정)→대청정→로하스캠핑장→로하스해피로드→대청댐
② 모래곶의 향연… 발길마다 포토존
명상정원 주차장→전망데크→홀로섬→추동습지 전망좋은곳→억새데크→명상정원 주차장

③ 전설과 추억을 품은 대청호 히든카드
내탑동 와정삼거리→배알봉→고해산정상→탑봉→옛 내탑수영장(왕복) : 5-1구간 

④ 대청호 벚꽃 로드, 벚꽃이 전부가 아니다
벚꽃한터(대전 동구 신상동)→흥진마을길→오동선벚꽃길→방축골→벚꽃한터

 

  때 이른 벚꽃 개화  

대청호반의 벚꽃하면 뭐니뭐니 해도 대청호오백리길 5구간 ‘오동선 벚꽃길’이다. 공식적으로 지방도 571번은 충북 보은의 지명을 딴 ‘회남로’인데 대전 동구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자는 취지로 대전구간은 따로 ‘오동선’으로 이름지었다. 이 길을 따라 늘어선 벚꽃길은 약 26㎞에 이른다. 구는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이라고 홍보하는데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니 믿거나 말거나다. 다만 대청호반과 어우러진 벚꽃길의 풍경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벚꽃이 만개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니 나름 검증은 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올해는 3월 하순인데도 벚꽃이 일찍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대전지역 벚꽃 개화 관측 기준은 대전기상청 내 관측표준목인데 올해는 3월 22일 개화했다. 벚꽃 개화 관측 이래 가장 빠른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는데 이는 작년(3월 31일)보다 11일, 평년 평균(4월 4일)보단 13일이나 빠른 것이다. 3월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기 때문인데 3월 25일까지 대전지역 평균기온은 3.9도로 작년보다 2.1도나 높았고 일조시간 역시 작년보다 53.7시간, 평년보단 26.1시간이나 많았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때 이른 벚꽃 개화 소식에 일정을 앞당겨 대청호반으로 향했다. 1년에 딱 2주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보니 이때를 놓치면 개운치 않은 한 해를 보낼 것 같아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2023년 3월 31일, 흥진마을 벚꽃한터에서 ‘대청호 벚꽃로드’의 여정을 시작한다. 대청호반을 따라 흥진마을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가볍게 산책하며 대청호반의 봄을 만끽하기에 부담 없는 안성맞춤 원점회귀 코스다. 약 2.5㎞, 쉬엄쉬엄 한 시간이면 벚꽃과 어우러진 대청호반의 봄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긴 가뭄에 대청호 수위가 낮아져 더 이국적인 호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변을 걷듯 물길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올해 대청호반 트레킹의 색다른 묘미다. 

하늘을 가린 벚꽃 터널, 온통 꽃 세상인 이곳은 또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터널에 갇혀 황홀한 벚꽃의 향연을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문턱을 넘어 한껏 부풀어 오른 벚꽃의 향기에 취하면 모든 시름을 잊고 이 하늘 아래 살아 숨쉬고 있음에 저절로 감사하게 된다.

그래도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법. 꽃이 피면 다시 질 날도 반드시 찾아온다. 그 시간이 짧음에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벚꽃은 추하게 시드는 법이 없다. 가장 화려한 순간에 산들바람에 몸을 맡긴 채 꽃비가 돼 스스로 절정을 맞이한다. 그래서 벚꽃은 더욱 슬프도록 아름답다.

   꽃길만 걷자   

흥진마을을 한 바퀴 돌아나와 본격적으로 오동선 벚꽃길을 걷는다. 튤립이며 수선화며, 대청호 벚꽃축제를 위해 도로변을 따라 식재된 꽃들이 벚꽃과 한데 어우러져 발걸음이 가볍다. 데크길 따라 벚나무 그늘 아래서 쉬엄쉬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저 멀리 푸른 대청호가 손짓한다. 벚꽃한터에서 약 2㎞ 남짓, 벚꽃 터널을 지나 도달한 곳은 바로 절골. 바깥아감, 요골, 비금부락, 신절골, 구절골까지 시내버스 정류장만 5개를 거친다. 절골마을 입구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방축골이다. 마을에 방죽이 있어 방축골이라 불렀는데 대청댐 담수로 인해 지금은 흔적이 없다.

중요한 건 이곳이 대청호오백리길 여행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핫 플레이스’라는 거다. 호수 건너 4구간이 손에 잡힐 듯 호수 가운데로 뻗어나온 모래곶의 향연이 매력적이다. 대청호 수위가 낮아진 덕에 쌍둥이 돌탑이 서 있는 모래곶도 모습을 드러냈다. 수위가 높을 땐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결이 돼 있다. 얼마나 가물었는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섬들도 눈에 들어온다. 수몰 전 이 동네가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대청호 수위가 낮아졌다. 낯설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에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해 질 녘 방축골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절경이다. 바람없는 날이면 계족산 너머 노을이 거울처럼 잔잔한 대청호 수면에 반영돼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그 고요함에 마음은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 이내 힐링의 마법을 경험한다. 이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걷는 자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이곳 방축골에서도 벚나무에서 쏟아지는 꽃비를 맞을 수 있다. 언젠가 가지치기가 돼 통나무 기둥처럼 보잘 것 없어 보였지만 이내 새 가지가 뻗어나와 이젠 제법 벚꽃 터널 흉내를 낸다. 이 역시 1년 중 지금 이때만 허락된 자연 그대로의 멋이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김동직 기자

꽃은 져도 축제는 계속된다 
7~9일 대청호 벚꽃축제

대청호 벚꽃축제가 4년 만에 대면행사로 개최된다.

대전 동구는 7∼9일 대청호 벚꽃한터 일원에서 가 ‘너와 나, 가치 더하는 생태 한 스푼’을 주제로 벚꽃 축제를 펼친다. 구 관계자는 “이번 제5회 대청호 벚꽃축제는 코로나19 일상 회복 후 처음 개최되는 대면 봄축제로 역대급 이른 벚꽃 개화 등 기후위기에 대한 공감대와 탄소중립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즘, 탄소중립·저탄소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4년 만에 대면으로 행사가 개최되지만 축제 현장의 실시간 온라인 송출, 이원 생중계 등 비대면 온라인 축제의 장점을 수용해 온앤오프 방식으로 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모든 계층이 즐길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 뮤지컬, 각종 경연대회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풍성하게 꾸며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에 따르면 축제 첫날인 7일 오후 7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린다. 김희재, 박서진 등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며 8일에는 벚꽃길마라톤, 벚꽃가요제, 대청호의 밤을 낭만으로 물들일 재즈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축제 마지막 날인 9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오즈의 마법사), 댄스 경연대회가 진행되고 폐막공연에는 인기밴드 딕펑스가 출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외에도 부메랑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등 30여 개의 체험부스와 벚꽃 퍼레이드, 벚꽃 응원제, 푸드트럭 및 대청호 벚꽃마켓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상시 운영된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