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원점회귀 코스 ⑥로하스 해피로드 & 강촌·이촌

길을 만남의 통로, 즉 연결의 끈이다. 그 길이 어떤 의미인가는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느낄 따름이고 그 길에서 어떤 만남이 이뤄지느냐 역시 오롯이 그 길 위에 있는 사람의 몫이다. 대청호오백리길 역시 마찬가지다. 명시적으론 대청호반을 잇는 약 200㎞, 21개 구간으로 이뤄진 길이지만 이 길이 갖는 의미는 ‘대청호’라는 공통분모만 있을 뿐 천차만별이다. 다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것 하나는 있다. 이 길에 들어서 두 발을 내딛는 순간, 일상에서 강제 ‘로그 아웃’(log out) 된다는 거다. 자연 속에서 오래 걸으며 힐링 샤워를 해도 좋고 잠깐 짬을 내 일상에서의 쉼을 구해도 좋다. 온전히 자연 생태계와 호흡하며 함께 걸으면서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대청호오백리길이 안내한다.

[대청호의 재발견] 대청호오백리길 원점회귀 코스

① 물과 뭍의 경계, 우린 여기서 신선이 된다
대청댐→비밀의숲→지명산(지락정)→대청정→로하스캠핑장→로하스해피로드→대청댐

② 모래곶의 향연… 발길마다 포토존
명상정원 주차장→전망데크→홀로섬→추동습지 전망좋은곳→억새데크→명상정원 주차장

③ 전설과 추억을 품은 대청호 히든카드
내탑동 와정삼거리→배알봉→고해산정상→탑봉→옛 내탑수영장(왕복) : 5-1구간 

④ 대청호 벚꽃 로드, 벚꽃이 전부가 아니다
벚꽃한터(대전 동구 신상동)→흥진마을길→오동선벚꽃길→방축골→벚꽃한터

⑤ 깨어나는 백제 흥망의 역사
찬샘마을→노고산성→찬샘정→성치산성→찬샘마을

⑥ 금강과 대청호, 따로 또 같이 (로하스 해피로드 & 강촌·이촌마을)
대청수상레포츠센터(로하스타워1)→대청조정지댐→민평기가옥→강촌마을→이촌마을→보조여수로→로하스캠핑장→미호교→조정지댐 건너서→노산리솔밭자연유원지→대청대교→대청수상레포츠센터

 

[대청호오백리길] 원점회귀 코스 ⑥
로하스 해피로드(21구간) & 강촌·이촌마을(1구간)


  1. 봄의 끝자락에서  

뭐가 그리 급한지 계절은 벌써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려 한다. 이상고온으로 봄꽃을 일찍 피워 봄꽃 축제 일정을 망치더니 연둣빛 신록(新綠)도 다급히 밀어내고 온 산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기상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4계절이 뚜렷한 나라지만 기후변화는 체감될 정도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져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 109년간(1912∼2020년) 기상관측자료를 분석해보니 그럴 만도 하다. 과거 30년(1912∼1940년) 평균 봄의 길이는 85일, 여름은 98일, 가을은 73일, 겨울은 109일이었는데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은 봄 91일, 여름 118일, 가을 69일, 겨울 87일로 여름은 20일 길어진 반면 겨울은 22일이나 짧아졌다. 또 봄과 여름 시작일은 3월 1일과 5월 31일로 각각 17일, 11일 빨라졌고 가을과 겨울 시작일은 9월 26일과 12월 4일로 각각 9일, 5일 짧아졌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면 2090년대엔 여름이 146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중 5개월을 반소매차림으로 푹푹 찌는 더위를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균형잡힌 4계절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에너지사용을 줄임으로써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길 말곤 없다.

  2. 향긋한 꽃내음  

이번 ‘내맘대로 원점회귀’ 여정은 금강 로하스 해피로드와 대청호오백리길의 콜라보다. 대청수상레포츠센터에서 출발해 해피로드를 타다 강촌·이촌마을로 빠져 대청호를 즐긴 뒤 대청댐 보조여수로를 따라 내려와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약 12㎞다.

해피로드는 2009년 금강변에 조성된 5.5㎞(대청대교∼대청공원) 수변테크길이다. 나무그늘 아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 산책하기 좋게 조성됐다. 대청수상레포츠센터에선 다양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 평일엔 예약을 해야 하고 주말·휴일엔 상시 즐길 수 있다.

출발과 도착지. 대청수상레포츠센터. (로하스타워 1)
출발과 도착지. 대청수상레포츠센터. (로하스타워 1)
길을 걷다 뒤돌아보면 저 멀리 대청대교가 보인다.
길을 걷다 뒤돌아보면 저 멀리 대청대교가 보인다.
로하스 데크 산책로. 윗길은 윗길대로, 아랫길은 아랫길대로 매력이 있다. 꽃내음은 아랫길에서 강하다.
로하스 데크 산책로. 윗길은 윗길대로, 아랫길은 아랫길대로 매력이 있다. 꽃내음은 아랫길에서 강하다.

길을 따라 다양한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살랑살랑 강바람에 실려 은은하게 퍼지는 꽃내음을 쫓아 가볍게 발걸음을 뗀다. 점점 더 강해지는 꽃내음, 코끝을 간지럽히더니 이내 가슴에 스며드는 향기의 정체를 발견하고 만다. 바로 찔레꽃이다. 찔레꽃 향에 가려 코끝을 유혹하진 못하지만 금계국이며, 애기똥풀이며 씀바귀며, 특이한 형태로 보랏빛 자태를 뽐내는 지칭개꽃이며, 어두워지면 흰 잎을 오므렸다 햇빛을 받으면 잎을 활짝 여는 일명 계란꽃(개망초)이며, 수줍게 핀 메꽃이며 형형색색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봄꽃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분명 나이 탓만은 아닐 게다.

나이가 들수록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분명 나이 탓만은 아닐 게다. 이기준 기자
나이가 들수록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분명 나이 탓만은 아닐 게다. 이기준 기자

해피로드를 따라 대청댐 방면으로 걷다 보면 작은 댐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대청조정지댐이다. 대청댐 하류 4.5㎞ 지점에 위치한 조정지댐은 대청댐에서 수력발전을 위해 방류한 물을 24시간 균등하게 조정하고 적정 수온으로 상승시켜 방류함으로써 하류 하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지댐을 지나 죽림정(竹林亭)에서 한숨 돌리고 삼정취수장 옆길로 길을 튼다. 대청호반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삼정동 가는 길이다.

대청조정지댐 앞. 조정지댐을 지나 삼정취수장 옆길로 길을 튼다.
대청조정지댐 앞. 조정지댐을 지나 삼정취수장 옆길로 길을 튼다.


  3. 오백리길 쉼터, 강촌‧이촌  

대전 대덕구 삼정동은 카페촌이 형성되면서 대청호의 새로운 명소로 도약하는 곳이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한 2개의 생태습지공원(강촌·이촌)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이 조성돼 잠시의 여유를 즐기려는 도시민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처음 대청호오백리길이 열렸을 때만 해도 길 여행자에게 차와 함께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은 키위가 열리는 쥐코찻집이 거의 유일했는데 몇 년 새 카페 서너 개 더 생겼다. 대청호오백리길 대전구간(1∼5구간)에선 4구간 추동과 5구간 흥진마을·방축골 등이 유명한데 1구간에도 도시민에게 ‘삶의 쉼표’를 선사할 수 있는 소소한 공간이 형성되고 있는 거다.

삼정동이란 지명과 관련해선 이 동네 사람들이 산을 일궈 밭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산전(山田)골이 변해 삼정골로 불렸다는 설이 있고 어느 노승(老僧)이 이곳의 지세를 보고 “앞으로 이곳에서 세 명의 정승이 나올 명당이 있다”고 해서 삼정골로 불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이 명당 터는 천혈(天穴), 지혈(地穴), 인혈(人穴)인데 천혈 자리엔 은진송씨가, 지혈 자리엔 여흥민씨가, 인혈 자리엔 충주박씨가 묘를 써 이들 세 가문 모두 명문가가 됐다고 전해진다.

삼정마을 삼거리엔 연산 현감을 지낸 강침이 재직 시절 백성을 자식과 같이 사랑해 고을 백성들이 동비를 세워 그 덕을 기린 강침행장비와 함께 여흥민씨 집의공파 종갓집(민평기 가옥)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데 민평기 가옥은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가옥을 옛 모습 그대로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여흥민씨 집의공파 종갓집(민평기 가옥).
여흥민씨 집의공파 종갓집(민평기 가옥).

은진송씨는 이곳 옛 회덕(현재의 대전 대덕구·동구 일원) 땅에선 터줏대감과 같은 가문이다. 대전의 역사·문화에서 은진송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특히 동춘당 송준길과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 이상 등장하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송자(宋子)라는 성인의 칭호까지 받은 우암 송시열은 사계 김장생의 뒤를 이어 충남 논산을 거점으로 한 기호학파의 중심축이었다. 그래서 대청호오백리길을 걷는 것은 이들의 옛 발자취를 더듬는 것이기도 하다. 대청호오백리길 3구간에선 은진송씨 시조부터 4세까지 위패를 봉안하고 제향을 지내는 추원사와 관동묘려 등 은진송씨의 역사와 마주한다. 그러고 보니 대전이 고향인 대세 배우 송중기도 그 뿌리는 회덕이다.

현재 이곳의 강촌과 이촌은 강 씨와 이 씨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촌마을 생태습지공원.
강촌마을 생태습지공원.
대청호가 바로 앞.
대청호가 바로 앞.
강촌마을 생태습지공원에 핀 연꽃.
강촌마을 생태습지공원에 핀 연꽃.
강촌마을에서 수변 따라 이촌마을로.
강촌마을에서 수변 따라 이촌마을로.
삼정동 박효함 신도비 앞 쉼터에서 물 한 모금, 이촌마을로 간다.
삼정동 박효함 신도비 앞 쉼터에서 물 한 모금, 이촌마을로 간다.
다행히도 흐렸던 하늘이 차차 맑아지고 있다. 이촌마을 호반.
이촌마을에서 점심. 점심 먹고난 후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
이촌마을에서 점심. 점심 먹고난 후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

 

  4. 예나 지금이나 충청의 젖줄  

대청호반을 따라 고요한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며 삼정동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대청댐 보조여수로를 만난다. 대청댐의 역할을 보조하는 또 하나의 댐으로 2014년 완공됐다. 극심한 홍수가 발생할 경우 이곳에서 먼저 대청호 물을 방류해 대청댐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보조댐의 높이는 56m, 길이는 280m, 여수로 길이는 1145m다. 이곳에서 방류된 물은 여수로를 따라 금강으로 곧장 빠져나간다. 보조여수로 건립 당시 캠핑장과 풋살장 등 문화·여가시설(금강로하스가족공원)이 함께 조성됐는데 이 시설들은 대청호오백리길 관광자원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호수 건너편를 바라보면 대통령의 별장, 청남대가 조망된다.

로하스캠핑장과 보조여수로.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이다. 금강일보 DB
로하스캠핑장과 보조여수로.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이다. 금강일보 DB

여수로를 따라 걸어내려오면 다시 대청호에서 잠시 쉬었다 서해를 향해 달려가는 금강 본류와 마주한다. 금강 본류는 신탄진에서 갑천과 합류한 뒤 세종, 공주, 부여를 거쳐 서천 금강하굿둑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 한다.

무릇 강이 있는 곳에서 인류의 문명이 탄생하는데 대전도 마찬가지다. 대전지역 선사유적은 둔산동이 유명한데 대청조정지댐 바로 앞에도 구석기유적(용호동)이 있다. 이곳에선 대전의 역사가 10만 년 전인 중기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밝힌 유적으로 구석기시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슴베찌르개도 발견됐다. 우리나라 구석기시대의 존재를 처음 알린 공주 석장리유적 역시 금강에 기대 살아간 선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글=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사진=차철호·김동직 기자

다시 로하스해피로드.
다시 로하스해피로드.
날씨가 도와주니 사진 찍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다만, 모델들이 아쉽다.
날씨가 도와주니 사진 찍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다만, 모델들이 아쉽다.
조정지댐 건너서 충북 땅으로.
조정지댐 건너서 충북 땅으로.
무엇이 시선을 모았을까.
무엇이 시선을 모았을까.
충북 쪽 걷다가
충북 쪽 걷다가
대청대교 건너와서 다시 대전.
멀리 도착지인 대청수상레포츠센터가 보인다.
멀리 도착지인 대청수상레포츠센터가 보인다.
금강로하스타워 2 지나면서.
금강로하스타워 2 지나면서.
도착. 
도착. 
대청수상레포츠센터(로하스타워1)에서 본 대청대교.
대청수상레포츠센터(로하스타워1)에서 본 대청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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