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영정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즉위하게 되었다. 그를 진왕이라고 불렀다.그의 대관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장양왕의 상을 치르고 난 뒤 대내외에 영정이 왕위에 즉위했음을 공포하는 정도에 그쳤다. 명분은 장양왕이 갑자기 서거한 것을 진왕이 참으로 슬퍼했으므로 화려하게 대관식을 치르지 말라는 어명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왕은 말이 왕이지 모든
그의 문하에는 3000명이 넘는 식객이 모여 학문을 연구하고 국가의 장래에 대해 의논했다.여불위가 이렇게 많은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개인적인 영향력 외에도 나날이 커져 가는 진나라의 국력과 생기 넘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나라의 야심 찬 희망 때문이었다. 특히 여불위가 문객들을 많이 거느린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다시 여불위가 말을 이었다."지금 세상의 학자들은 대체로 정벌을 비난하고 있소. 하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정의로운 것이라면 옳고 지원도 옳은 일이오. 나는 그렇게 생각하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진나라의 장래를 그려야 할 것이오." 여불위의 당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상폐하 만세가 이어졌다.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술기운이 오르자 여불
"무어라? 승상의 집에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진왕은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그러하옵나이다. 오늘 모인 문객의 수가 3000을 헤아렸다 하옵나이다.""괘씸한 것들 같으니라고. 내일 소상한 진상을 파악하여 올리렸다. 다만 이 사실은 비밀로 하렸다. 알겠느냐?""여부가 있사옵니까? 대왕마마."다음날 내관은 전날의 상황을 소상하게 진왕에게 보고했다. 아울
내관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허! 그놈, 어떤 계집이냐고 묻질 않느냐?" 진왕은 큰 덩치에 걸맞게 너털웃음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는 덩치만큼이나 담대했다. 키가 6척 반에 달했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코는 매부리코에 입은 호랑이 입을 하고 있었으므로 누구나 그의 앞에 서면 오금이 저릴 만큼 위압감을 주었다. 게다가 성질이 급한 관계로 신하들은 그와 단둘이
"초란이라. 이름 한번 청초하구나." "너는 승상을 어찌 생각하는고?" "무슨 말씀이오신지요?""승상의 정치력을 어찌 생각하느냐 물었느니라.""저같이 미천한 것이 어찌 승상폐하의 정치력을 논할 수 있겠사옵니까? 당치도 않사옵나이다.""흠 그야 그럴 테지. 하지만 과인 앞이니 말해 보거라.""….""말을 해보래도. 너희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가 있지 않겠느냐?
"과인이 외롭게 지내다니?"진왕이 그제야 표정을 풀며 자상한 말투로 물었다. "궁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승상의 칭송에 후덕하면서 대왕마마의 안위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 않사옵나이다. 그러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나이다."참으로 기특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알아 주는 궁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었다. 진왕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
따뜻하게 덥힌 물을 따르는 소리와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작은 숨소리만 정적을 깨고 간간이 들렸다.먼저 진왕이 입을 열었다. "과인이 생각키에 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무엇보다 법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진왕이 말했다."맞사옵니다. 법이 바로 서야 천하가 복종합니다. 나라에 형벌이 없으면 백성들은 서로 뺏기고 빼앗으며 자기주장만 내세
여불위와 진왕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진왕은 어떻게든 여불위에게 준 권력을 되찾아 친정체제를 구축할 생각이었으며 여불위는 가능하면 자신의 생각대로 진나라를 움직여 발전시켜 보겠다는 심산이었다.신하들은 이들 두 권력의 핵심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며 줄서기에 급급했다.이런 와중에 여불위가 자신의 통치 철학을 담은 '여씨춘추'를 공포했다.여씨춘추에는
그렇게 한 해가 지났다. 진왕 영정이 22세가 되던 해였다. 왕위에 즉위한 지 9년의 세월이 지났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실권을 쥐고 정국을 농단하고 있는 중부 여불위와 어머니 태후를 당장 내치고 싶었지만 이미 모든 권한을 그들이 쥐고 있었으므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리어 그들이 어떤 변을 일으킨다면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진왕은 매일 술
아버지가 왕위에 오른 것도 여불위의 도움이었으며 군신들이 자신의 왕위 계승에 문제를 제기할 때 그것을 막아 주고 옹립시킨 사람도 여불위였다. 또 숱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가로막으며 모든 것을 해결해 준 사람도 그였다. 그를 숙청하는 일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고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전하, 누가 들을까 두려워 조용히 말씀 드려도 되겠나이까?""허허, 거참 누가 듣는단 말이냐. 그럼 조용히 내 귀에 일러 보거라." 내관은 취기가 풍기는 왕 가까이로 기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러자 영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을 부릅떴다. "지금 한 말이 사실이렷다.""누구의 안전이라고 감히 거짓을 고하겠나이까?"진왕 영정은 즉시 대전 앞
태후궁에 한 무리의 행렬이 도착하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그것이 진왕의 행렬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채 길을 가로막았다. "누구간데 감히 태후궁엡." 하지만 노기에 찬 진왕은 병사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그는 말에서 내려서기가 무섭게 병사의 목을 단칼에 날려 버렸다. 그러자 수급이 날아가 문간에 뒹굴었고 붉은 피가 솟구쳤다. 곧이어 다른 병
내팽개쳐진 사내는 알몸으로 태후궁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있었다. 사시나무 떨듯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진왕은 입을 굳게 다물고 침실 계단을 무겁게 내려와 피 묻은 칼날로 사내의 턱을 천천히 받쳐 올렸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섬광이 번쩍이고 있었다."네놈이 누구인데 감히 이곳을 드
인간적으로 태후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젊은 환관을 불러들여 정을 통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것을 목격한 이상 용서할 수 없었다. 선왕의 사랑이 부족했고 그래서 늘 혼자 궁을 지켜 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종종 태후궁을 찾아 문안을 여쭙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승상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