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042’ 고진성 디렉터 인터뷰
코로나19 당시 위기를 기회로
‘노잼도시’, 지역번호 브랜딩화 시도
지역 청년들 모이는 공간으로 창출

도전은 청년의 특권 중 하나다. 도전 이후에 동반하는 실패와 좌절도 젊음의 패기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져서다. 고진성(31) 씨 역시 코로나19로 각계각층이 무너지고 있을 때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자는 일념 하나로 대전에 발을 들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상을 구축하고 있는 청년이다. 남다른 감각과 추진력은 그가 창출해낸 ‘바이닐042’를 대전은 물론, 전국 각지에 있는 청년들도 연결하는 브릿지가 됐다.

◆ 위기는 곧 기회…‘노잼도시’ 대전으로
고 씨의 공간은 대전 중구 은행동 길목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대전에서, 그것도 중구 한복판에 자리잡은 바이닐042를 본 혹자는 그를 대전토박이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왜 많고 많은 도시 중 ‘노잼도시’ 대전이었을까.

“코로나19는 기성세대가 경험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사상 초유의 영업 제한으로 10시면 가게는 문을 닫았고, 많은 사람들이 아프거나 생명을 잃었잖아요.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니 창업을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한마디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기성세대처럼 저 역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죠. 수중의 돈이 없었고,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국을 다녔었는데 대전이 노잼도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노잼이라는 것에 좀 더 캐릭터성을 부여해 살리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죠. 원도심인 이곳 중구는 옛것과 새로운 것이 녹아있는 뉴트로한 분위기가 풍겼어요. 마침 공실도 많았고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해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그게 시작었습니다.”

◆ 대전만의 색채를 머금다
고 씨의 애정만큼이나 바이닐042는 대전 고유의 색으로 채워졌다. 아날로그 레코드판의 바이닐에 대전 지역번호 ‘042’를 더해 만들었고 공간 내부에는 LP판은 물론, 대전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를 비롯한 청년 창업자들의 흔적이 쌓이면서 더욱 풍성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지인이 채워가는 대전의 모습은 대전 그 자체였다. 지역의 청년 디자이너와 함께 제작해 매달 발간하는 책자에는 그의 발자취가 녹아있었고, 중구 곳곳에 위치한 새로운 공간을 엿볼 수 있었다.

“패션 분야를 전공했지만 일본에서 유학을 할 당시에는 브랜딩을 배웠습니다. 상당히 도움이 됐죠. 처음 공간의 이름을 만들 때 확장성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가 추구하는 뉴트로의 의미를 담아 바이닐을, 지역에 대한 프라이드를 활용해 042라는 지역번호를 넘버링한 것이죠. 외부에서는 우리 공간을 카페로만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의 역할은 지역과 서울의 경계를 줄이는 것이에요. 지역에 재능있는 친구들이 상경한 후 말해요. 아는 사람도, 공간도 없다고요. 우리가 적어도 커피 한 잔과 짐을 맡겨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출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또다른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죠.”

◆ ‘042, 02, 051’…그리고
친목을 도모하는 데에는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 고 씨의 생각은 곧 현실이 됐다. 그의 공간에서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다. 스케이트·러닝 크루 등 그 수만 해도 엄청나다.

“아무리 젊은 청춘일지라도 현실을 채워야할 때도 있었습니다. 마냥 즐겁고, 재미있는 이상적인 부분만 고민할 게 아닌 인건비 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비즈니스 차원에서 고민은 했죠. 처음 바이닐042 문을 열었을 때에는 돈이 없어 겨울에 난방도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처음 문을 열고 2년 동안은 커뮤니티나 각종 행사, 세미나 등에 많이 참석했습니다. 이후 점차적으로 카페라는 공간의 개념을 넘어 카페를 찾는 이들이 없을 때는 의류제작을 하고, 디자인 작업도 하고, 각각 개인의 일들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11월이 되면 고 씨의 일상은 더 바빠진다. 청년들을 위한 각종 공모사업은 11~12월에 모집을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부지런한 그가 더 분주해지는 시기다. 그가 이렇게까지 몰입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의 바이닐이 또다른 지역번호를 갖고 청년들을 연결하는 교각이 되길 바라서다.

“우리 콘셉트와 맞는 공모사업을 찾아보고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도전의 연속입니다. 대전 안에서 경쟁하고, 대전 안에서만 해결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전국 단위로 늘리고 있어요. 수도권과 대전을 공유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내후년에는 바이닐051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열정 넘치는 다양한 청년들과 매칭할 수 있는 오프라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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