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미라벨궁 남쪽에서 본 정원.

잘츠부르크(Salzburg)는 해발 1500~3000m의 고산지대에 있는 도시로서 '잘츠'는 독일어로 소금(Salz), 브루크(Burg)는 ‘성 또는 도시’이니, ‘소금의 도시’란 의미이다. 잘츠부르크의 산골 마을 할슈타트(Hallstatt)는 BC 2000년경 세계 최초로 소금 광산을 개발했던 지역으로서 인정받아 1997년 마을 전체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소금 생산으로 부유한 도시가 된 잘츠부르크는 일찍부터 음악·미술 등 각종 예술이 발달했으며, 잘츠부르크 시내를 흐르는 잘차흐강(Salzach River)은 채굴한 소금을 실어 나르는 뱃길이자 잘츠부르크 시민의 젖줄이었다.

잘츠부르크 시내는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조화를 보여주는 주교관 건물과 주택들이 자랑거리여서 잘츠부르크를 '독일의 로마'라고도 했는데,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시킨 인물은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Wolf Dietrich: 1559~1612)였다. 1590년 잘츠부르크 성당에 부임한 31세의 디트리히 대주교는 어느 날 식당 결혼식 피로연에서 시의원의 딸이던 살로메 알트(Salome Alt)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잘츠부르크에서도 미인으로 알려졌던 22살의 살로메도 디트리히 주교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디트리히 대주교가 살로메의 아버지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갔으나 사제와 결혼시킬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디트리히 대주교는 교황에게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일곱 번이나 편지를 보냈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다. 디트리히 대주교는 사제직을 버리고 결혼하거나 아니면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비밀결혼을 하는 방법뿐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비밀결혼을 하고 주교의 관사에서 살았지만, 이런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디트리히 대주교는 1606년 잘차흐강 북쪽에 알테나우(Altenau) 궁전을 짓고 살로메를 살게 했는데, 알테나우궁은 ‘살로메 알트’의 애칭인 알트에서 따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를 10명이나 낳았지만, 세간의 비난이 높았다. 그가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주교 자리를 박탈당하고, 호엔잘츠부르크성의 감옥에 갇혀서 1621년 쓸쓸하게 죽었다.

디트리히 대주교가 쫓겨난 후 주교직을 이어받은 사제들은 살로메와 자식들을 모두 쫓아내고, 디트리히 대주교의 부정적인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알테나우궁을 미라벨 궁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미라벨이란 ‘아름다운’을 의미하는 Mirabile과 ‘미인’이라는 의미인 Bella의 합성어인데, 정원도 미라벨 정원(Mirabellgarten)으로 바꾸었다. 미라벨 궁은 1721년 요한 에른스트 폰 툰 대주교가 건축가 힐데브란트에게 웅장한 바로크 양식으로 개축했으나, 1818년 대화재로 훼손되었던 궁을 복원하면서 정원도 지금처럼 프랑스식 정원으로 꾸몄다.

페가수스상.
페가수스상.
미라벨 궁 입구.
미라벨 궁 입구.
미라벨궁의 계과 벽의 조각품.
미라벨궁의 계과 벽의 조각품.
정원 북쪽 입구(아테나우궁 후문).
정원 북쪽 입구(아테나우궁 후문).
미라벨정원에서 바라본 입구.
미라벨정원에서 바라본 입구.
정원 주변의 조각상.
정원 주변의 조각상.

미라벨 궁전과 정원은 오랫동안 비공개하다가 1866년 궁전을 시청사로 사용하면서부터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라벨궁에서는 1762년 6살 된 모차르트가 대주교를 위하여 미라벨궁의 대리석 홀에서 연주했다고 하며, 시청사의 로비인 미라벨 홀은 볼트 디트리히 대주교의 이름을 따서 디트리히 홀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콘서트나 주말 결혼식 장소로 제공된다고 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미라벨 정원까지 2번 버스를 타면 5분 정도 걸리지만, 걸어서 가더라도 15분이면 충분하다. 미라벨 정원은 시청사인 미라벨궁 남문에 들어서면 북문 앞에는 청동 페가수스 상이 양쪽에 있는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서 어린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미라벨궁 북문의 계단은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곳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캡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캡처.

1965년에 개봉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49년 잘츠부르크 출신 수녀 마리아 폰 트라프가 발표한 자서전 ‘트랩 가문의 가수들 이야기(The Story of the Trapp Family Singers)’를 원작으로 했는데, 이탈리아가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로마를 소개하기 위해서 제작한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이 세계인들로부터 커다란 공감을 불러왔듯이 수습 수녀 마리아가 홀아비인 퇴역 해군 대령 트랩(Trapp)과 7남매의 가정교사가 되면서 군대식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마리아를 통해서 밝은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는 뮤지컬영화다.

미라벨 정원은 관광객들이 시청사 출입과 혼잡을 피하려고 반대쪽인 북문으로 들어가도록 했는데, 입장료는 없다. 천마 페가수스가 있는 연못과 분수, 그랜드 분수대, 그리고 대리석 조각상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잘 다듬어진 정원에서 바라보는 미라벨 정원과 그 뒤로 펼쳐진 잘츠부르크의 고성(호엔 잘츠부르크 성)의 풍경은 그림같이 아름답다. 시청사 바로 옆에는 바로크 시대의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오랑제리는 잘츠부르크 박물관으로서 입장료는 12유로를 내야 한다. 미라벨 정원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있는 쉔브룬 궁전이나 벨베데레 궁의 정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프랑스식 정원으로 아름답게 꾸몄다. 영국의 정원이 자연 상태 그대로인 것과 달리 프랑스식 정원은 정원수를 가로세로로 규격에 맞게 다듬고, 정원도 기하학 문양으로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영국식 정원과 프랑스식 정원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2020. 11. 11. 파리 베르사유궁(1) 참조).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미라벨궁에서 바라본 정원 전경.
미라벨궁에서 바라본 정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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