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서쪽으로 약 320㎞ 떨어진 도시 잘츠부르크(Salzburg)는 독일어로 '잘츠'가 소금(Salz), 브루크(Burg)는 ‘성 또는 도시’이니, ‘소금의 도시’란 의미이다. 잘츠부르크 주도(州都)인 잘츠부르크는 해발 1500~3000m의 고산지대인데, 남동쪽으로 약 29km 떨어진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는 독일어로 ‘소금(Salz)’, 황제의 창고(Kammergut)’라는 지명이다. 잘츠카머구트는 잘츠부르크 시내를 관통하는 잘차흐강을 통해서 소금을 실어 나르던 선착장이었다. 알프스산맥인 잘츠카머구트 일대는 원래 바다였으나, 지각 변동으로 수천 년이 지나면서 바닷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아 거대한 암염 광맥이 형성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산길로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할슈타트는 세계 최초로 소금 광산으로 공인되면서 1997년 마을 전체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발 2000m 이상의 고산지대인 잘츠카머구트의 고산에 쌓였던 빙하가 녹아내린 계곡에는 볼프강 호수(Wolfgangsee Lake) 등 크고 작은 76개의 아름다운 빙하 호수가 형성되었다. 잘츠카머구트는 호수 주변에 있는 스트로블(Strobl), 시장이 있는 볼프강(St. Wolfgang), 아버제(Abersee), 리트(Ried) 마을, 장크트 길젠(St. Gilgen) 등을 포괄한 지명이지만, 그중에서도 길젠 마을이 가장 중심이다. 길젠 마을은 성인 길레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이나 고산지대에서는 눈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지붕의 경사를 가파르게 짓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의 집 대부분은 지붕이 삼각형이라고 할 만큼 가파른 모습이어서 겨울철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을 짐작게 한다. 그림 같은 풍경의 잘츠카머구트는 봄에는 볼프강에서 뱃놀이를 즐기거나 하이킹 혹은 등산, 암벽타기, 패러글라이딩, 겨울철에는 스키 등을 즐기는 사계절 휴양지로서 오스트리아는 물론 사계절 세계 각국에서 찾는 여행객들로 붐벼서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은 물론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다. 주민 1000여 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길젠 마을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알록달록한 화원과 창틀에 걸린 화분이 이곳 전통 건물의 특징인데, 더욱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이고, 또 1965년에 제작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그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관하여는 2024. 1. 3.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 참조).

세인트 길겐 마을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잘츠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30분 거리인 잘츠카머구트까지는 기차와 버스 편이 매우 편리한데, 우리는 버스를 타고 길겐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을 광장 한쪽에 설치된 케이블카 승차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약 20분 정도 올라가는 동안 내려다보이는 마을과 볼프강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했다.
산 중턱에 있는 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리니, 하산하기 위하여 기다리는 사람이며 선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산 정상까지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산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는 사람들,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로 마치 붐비는 시장 같았다. 멀리 가파른 경사지는 겨울철에는 스키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니, 산꼭대기까지 온통 관광과 스포츠장이 되는 셈이다.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겼고, 정상에서 바라본 길겐 마을과 볼프강호수는 마치 동화 속의 마을처럼 보였다. 소금을 채굴함으로써 배부른 자의 여유와 생활한 경험이 주민들에게 이런 환경을 만들게 했는지, 아니면 이렇게 높은 산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패러글라이딩과 겨울철에는 스키를 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세계 각국에서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주어진 자연환경을 개발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부러웠다. 정상에서 두 시간쯤 머물면서 마을과 호수를 촬영하고, 패러글라이딩을 구경하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길젠 마을에서 찾아간 레스토랑의 규모는 아담했는데, 모처럼 주문한 현지 음식은 조잡하고 거칠어서 이것이 고산지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점심 식사 후 마을을 천천히 한 바퀴 산책한 뒤 볼프강 선착장으로 갔다. 볼프강이란 10세기 말 소금 광산지대인 이곳에 최초로 교회를 세운 볼프강(St. Wolfgang) 주교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볼프강'은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살던 고향의 호수 이름이자 지명으로서 오스트리아가 낳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1756~1791)의 이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도 볼프강에서 유래한다.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8살 때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볼프강의 선착장 부근에 3층짜리 하얀 건물이 모차르트의 외가 건물은 잘츠카머구트에서 인수하여 모차르트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건물 외벽에는 모차르트와 그의 어머니, 누나 등 3명의 초상화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모차르트에 관하여는 2023. 11. 5. 빈의 중앙묘지 참조)
깊은 계곡을 막은 볼프강 빙하 호수는 약 11㎞에 이르며, 가장 깊은 수심은 114m나 된다고 했는데, 유람선은 호수 주변의 마을들과 옛 건물들을 돌아보는 코스였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