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레만호와 제트분수.

스위스에서 가장 서쪽으로 돌출되어 삼면이 프랑스에 둘러싸인 도시 제네바(Jeneva)는 스위스에서도 매우 이색지역으로 꼽힌다. 도시는 영어로 제네바라고 하지만, 현지인들은 ‘주네브(Genève)’라고 부른다. 제네바는 제네바주의 주도(州都)이자 취리히, 바젤에 이어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데도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다. 제네바의 신시가지 국제선 열차인 코르나뱅 역(Garede Cornavin)은 스위스 영토인데도 프랑스 철도안내소(SNCF)와 스위스 국철 안내소(CFF)가 따로 있을 만큼 프랑스 영향이 크다. 알프스 계곡에서 흘러내린 빙하수 론강(Rhöne)이 만든 커다란 레만 호수를 중심으로 남쪽은 프랑스 영토이고, 북쪽은 스위스 영토다. 레만호는 로마 시대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BC 100~BC 54)가 ‘갈리아 전기’에서 언급한 레마누스 호수(Lacus Lemannus)로서 기원전부터 존재했던 호수로서 프랑스에서는 레만호(Lac Léman)라고 하지만, 독일어권 국가에서는 제네바호(Lake Geneva)라고 부른다. 제네바 시내 어디서든 잘 보이는 레만호의 제트 분수(Jet d'Eau)는 1360마력의 모터 2대가 초당 500리터의 물을 아파트 40층 높이인 140m까지 쏘아 올리면서 제네바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스위스의 정밀 기계 기술력을 과시한다. 레만호 선착장에는 프랑스령 에비앙을 비롯하여 스위스 로잔, 시용 간을 운항하는 정기노선과 레만호 일주 유람선 등이 있다.

영국공원 꽃시계
영국공원 꽃시계
국가기념비
국가기념비

역사적으로 제네바는 BC 200년경부터 켈트족 일파인 알로브로게스족(Allobroges)이 론강 주변에 정착했다가 BC 1세기경에 로마에 정복되고, 1032년부터는 신성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4세기 말 자치도시가 됐으나, 종교개혁 이후 유럽의 개신교도들이 이주하여 ‘신교도의 로마(Protestant Rome)’라고 불리면서 1536년 제네바공화국이 수립됐다. 나폴레옹에게 점령되었다가 그의 몰락 후 스위스가 독립할 때 스위스연방에 편입됐다.

칼뱅 동상
칼뱅 동상
룻소 동상
룻소 동상

제네바는 론강 위에 놓인 길이 274m의 몽블랑 교가 신·구 시가지로 나누는데, 신시가지에는 수많은 국제기구가 있고, 구시가지에는 옛 건물들이 있다. 중립국이어서 1, 2차대전의 피해를 면한 제네바는 오래된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구시가지 전체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구시가지 레만호 변에 자연미를 살린 ‘영국 공원(Jordin Anglais)’에는 제네바가 시계의 본고장이라는 점을 상징하는 직경 5m의 꽃시계가 있다.(영국식 정원과 프랑스식 정원에 관하여는 2017.03.03. 베르사이유 궁 참조) 그 옆에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두 여전사의 동상은 1815년 제네바가 스위스연방에 가입한 것을 기념하는 국가기념비인데, 하나는 스위스연방을, 다른 하나는 제네바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또, 종교개혁의 선구자 칼뱅(Jean Calvin: 1509~1564)의 동상 등 제네바와 관련이 있는 유명 인사들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국가기념비가 있는 영국 공원 왼쪽에는 장미원으로 유명한 그랑주 공원과 전 세계의 식물을 구경할 수 있는 오비브 공원(Eaux-Vives)이 있다.

구시가지
구시가지
성피에르 대성당
성피에르 대성당

구시가지에는 제네바시청을 비롯하여 부르드 푸르(Place du Bourgde four), 메이슨 타벨 박물관(Maison Tavel), 호텔·레스토랑·기념품점이 즐비하다. 스위스 국기와 제네바 주기(州旗)가 펄럭이는 시청을 지나 뇌브(Neuve) 광장 옆의 바스시옹 공원(Promenade des Bastions) 내리막길에는 유럽에서 두 번째 큰 제네바대학이 있다. 제네바대학은 1559년 프랑스 프랑수아 1세의 박해를 피해서 스위스로 피신했던 칼뱅(Jean Calvin)이 파렐(Farel)과 함께 창설한 신학대학이 모체다. 바스티옹 공원에는 칼뱅 탄생 400주년을 맞아서 1917년 종교개혁을 주창했던 인물인 길이 100m, 높이 10m의 기다란 종교개혁기념비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파렐, 칼뱅, 베츠(Beze), 크녹스(Knox) 등이고, 성벽 아래에는 수개 국어로 성서의 문구를 기록했다.

칼뱅 고택
칼뱅 고택
종교개혁비
종교개혁비

또, 시청 앞의 그랑거리(Grand Rue)에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Jean-Jacques Rousseau) 생가가 있고, 그 뒤 칼뱅 거리에는 종교개혁의 선구자인 프랑스 출신 칼뱅의 고택이 있다. 제네바는 11세기까지 신성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와 함께 종교개혁운동을 벌인 칼뱅의 영향으로 1536년부터 개신교의 중심도시가 됐는데, 구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높은 첨탑의 생피에르 성당은 제네바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종교개혁의 상징이다. 1160년 가톨릭교회로 건축됐던 성피에르 성당은 칼뱅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회가 됐는데, 고딕 양식의 건물이 마치 박물관처럼 보인다.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빼면 매우 단조로운데, 이것은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정신에 따라서 화려한 장식과 색채를 모두 뜯어냈다고 한다. 교회의 뒤편 왼쪽 구석에는 칼뱅이 앉았던 의자도 보존하고 있다. 교회의 오른쪽에 있는 작은 예배당은 1536년부터 칼뱅이 1564년 죽을 때까지 신학을 강의하던 장소여서 ‘칼뱅 강당’이라고도 한다. 생피에르 교회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일반에게 공개한다. 교회 북쪽에 세운 연두색 종탑은 무게 6000㎏의 종을 지금까지 타종하고 있는데, 157개 계단을 올라가면 제네바 시가지와 레만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종탑 입장료로 4스위스프랑을 받는다.

종교개혁기념비문
종교개혁기념비문

생피에르 교회에서 동쪽으로 5분쯤 거리에 있는 미술 역사박물관은 15세기부터 활동했던 스위스 화가들의 작품과 중세의 직물, 시계, 무기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또, 생피에르 교회 서쪽에 있는 구무기고(Ancien Arsena)는 원래 곡식 창고였던 것을 신·구교 종교전쟁 때 무기고로 사용했다가 현재는 고문서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1층에는 나폴레옹 전쟁 때 사용했던 대포 6문을 전시하고 있고, 내벽 아치형 틀에 ‘시저의 제네바 입성’, ‘14세기의 상업 풍경’, ‘16세기의 종교개혁’ 등 알렉산더 클리그리아의 모자이크 벽화 3개가 있다. 2층에는 칼뱅 등 종교 개혁가들의 친필 문서들도 전시하고 있다.

미술역사박물관
미술역사박물관

제네바는 종교개혁 당시 박해를 피해서 스위스로 피신한 칼뱅주의자 중 시계공이 많아서 시계 산업이 발달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텍 필립(Patek Philippe), 프랭크 뮬러(Franck Müller) 등 고급 시계의 본사가 있다. 시계박물관 1층에는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모래시계, 해시계, 손목시계와 벽시계가, 2층에는 19~20세기 시계들이 있다. 특히 유약을 바른 제네바 시계, 음악이 나오는 자동시계, 화려한 보석 시계 등 볼거리가 다양한데 보석이 박혀 있는 화려한 시계들은 하나의 예술품 같다. 또 1시간․ 30분 또는 15분 간격으로 펼쳐지는 시계들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 수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무료입장 할 수 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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